수평선을 보며

수평선을 보며

 

 

길은 어디에나 있다.

소년의 발걸음은 바람처럼 자유롭게

고삐를 틀지 말아라.

사람들은 하늘과 손 한 번 잡아보려고

높은 곳으로만 올라가지만

나는 물처럼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만 내려왔다.

유년의 계곡에서 새소리가 붙잡고

강둑의 풀꽃들이 쉬었다 가라고

수천의 손을 내밀었지만

오직 한 길로만 달려온 내 삶의 지향志向.

더 이상 낮아질 곳 없는

인생의 바다에서

하늘과 진하게 입맞춤하고 있구나.

 

posted by 청라

소금 꽃

소금 꽃

 

 

흠이 있는 영혼들은

모두 염전으로 가 꽃이 되는 꿈을 꾼다.

 

입구가 열리길 기다려 화장을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기쁨인 듯 노래인 듯 가면을 쓰고 간다.

 

제염사製鹽師가 할 일은

세상을 살맛나게 간 맞춰 줄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려내는 일

 

오뉴월 태양을 볼록렌즈처럼 쏟아 붓다가

배수구를 열어주면 제일 먼저

도망 나오는 건

불평 많은 불순물들

 

가장 짜릿한 순간을 위해

바람을 불러다 바다 비린내 말리고

우울증을 말리고

불순한 것들 모두 증발관으로 날려버리면

 

진흙 위에 비로소 몸을 세우는

바다의 사랑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영혼들만 살아남아

눈부시게 하얀 꽃을 피운다.

 

 

 

 

 

posted by 청라

조개 집

조개 집

 

 

바다가 그리울 땐

조개 집을 짓고 살리라.

 

내 방 안엔

파돗소리를 살게 하고

 

지붕은

갈매기 노래로 덮어

 

하루 종일 마음의 돌담 안에서

바다가 뛰어놀게 하리라.

 

텃밭에는

갯메꽃 몇 포기 웃음 짓게 하고

 

황혼이 피어날 때쯤

당신이 오면

 

가장 아끼던 술병을 열어

바다의 노래를 안주로

씹어가면서

 

바다에 취해 살리라.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