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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삼월
바람이 바다를 건너고 있다.
바람의 뒤꿈치에서
풍겨오는
유채꽃 향기
스러질 듯 스러질 듯
은빛 물결에 젖어든다.
봄 몸살로
딸꾹질하는 바다
놀 젖은 구름 한 조각
리본처럼 나풀댄다.
글
무인도 등대
꿈이 있는 것들은
외로운 시간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다.
어둠보다 더 막막한 인종忍從의 삶을 살았다는
섬 바위들, 젖가슴으로 아랫도리로
세월의 손길들이 침범한 것도 모른 채
웃음도 잃고, 말도 잃은 그 옆의 별자리에
등대는 가까운 듯 먼 이웃으로 자리했다고 한다.
먼 바다에 불빛 한 점 숨 쉬면
와아아, 환호성으로 마중 나갔지만
그를 외면한 배들이 항구 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
깊어지는 건 수심水深만이 아니다.
그의 수심愁心도 물이랑처럼 주름살로 덮이고
이끼만큼 표정도 바위를 닮아갔다.
그러나 그의 꿈은
멍이 들수록 더 단단해졌다.
이 먼 섬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인연因緣을 위하여
적막을 도포처럼 몸에 두르고 살 수밖에 없었던
운명運命을 위하여
오늘도 외로움을 태워 빛을 만든다.
글
조선소造船所에서
안벽岸壁에 계류된 미완성의 배들은
날마다 푸른 바다로 나가고 싶어
날개를 턴다.
밤이면 아무도 몰래
떨어진 몸체들을 서로 부르며
바다로 나가는 꿈을 꾼다.
꼼꼼한 손길들이 다듬고 또 다듬느라
조선소造船所의 시간은
초침이 늦게 돌지만
기적汽笛 소리 바다를 울리며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배
갈매기들 모국어母國語로
떠들며
배 뒤를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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