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나를 염장鹽藏시킨다

 

 

바다와 사랑에 빠지면서

나는 사랑을 얻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겨울 바다처럼 삭막하던 얼굴에

동백꽃 향기 부드러운

웃음을 하나 장착裝着하게 되었다.

 

뒷골목처럼 어둡고 좁아터진 흉금胸襟

수평선만큼이나 넓혀 놓고

 

갈매기 노래 같이 달콤한 말과

파도의 근육보다 더 단단한 의지를

내 삶의 행보行步에 옮겨 심었다.

 

바다와의 사랑은 나를 염장鹽藏시켰다.

적당히 간이 배어

맛깔 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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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저녁

돌아온 저녁

 

 

뱃고동 울려라

내가 왔다.

 

어머니

된장국 냄새 같은

항구의 불빛

 

서둘러 마중 나온

초승달 웃음

 

대양 안을 만큼

가슴 찢어질 만큼

항구는 팔을 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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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부산항

 

 

오륙도五六島가 보이면

부산항에 다 온 거다.

 

동백섬엔 꽃이 졌어도

동백꽃 향기는 남아

 

짭조름한 갯냄새 뚫고

취나물 향기처럼 마음 적셔오는

고국故國의 산들,

 

갈매기도 경상도 사투리로

울어

가슴 설렌다.

 

언제나 부산항을

엄마의 자장가처럼 감싸 안았던

영도와 조도가

두 팔을 벌려 나를 반겨준다.

 

배에서 내려

부둣가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 잔 마시면

황천항해의 아픈 기억도

꿈결처럼 가라앉겠지.

 

입에 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곁에 있어도 언제나

그립고 그리운 그 이름은

부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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