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다

봄 바다

 

 

미역 순 크는 향기로 온다. 봄 바다는

 

샛바람이 불어올 때 바다에 나가

향내 묻은 물결로

마음의 겨울을 씻어냈으면 좋겠네.

 

방울소리로 달려오는

갈매기 노래를 마음껏 안아줬으면 좋겠네.

 

산더미 같이 분노로 밀려올 때는

세상을 산산이 부숴버릴 듯하지만

해당화 발밑까지만 치고 올라오는 파도

 

파도가 놓고 간 게 미움인 줄만 알았더니

모래밭에 새겨진 자국을 보니

 

사랑이더라.

 

posted by 청라

진도씻김굿

진도씻김굿

 

 

피리 소리 높아지면

손대잡이 대 위에서 파도는 춤을 추고

배꽃처럼 창백한 달빛이 내리는 바다

당신의 영혼이 극락으로 가고 있다.

 

바다를 사랑해서

지난겨울 바다로 떠난 사람

질베를 밟고 가는 당신의 등 뒤에서

! 수평선水平線이 일어서고 있다.

 

당골에미 무가巫歌에 원망을 씻고

가다가 잠깐 뒤돌아서 바라보는

당신의 눈동자엔

천 개의 달을 안은 물결이 반짝이고 있다.

 

 

posted by 청라

바다에 중독되다

바다에 중독되다

 

 

포말泡沫처럼 부서지면 다시

피어나지 못하는

인생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자.

배를 타고 나가면 무한한 자유가 범람하는

사나이 삶만 생각하는 거다.

 

어디로 향하든지 모두 길인 바다

수면을 차고 떠오른 달이

암청색 물결마다 반짝이는 알을 낳을 때

! 절대로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사내는

짭조름한 바다의 체취 만 맡아도 기침을 한다.

 

중독되는 건 잠깐이지만

벗어나는 건 불가능한 바다의 매력

일만 대의 주사를 맞아도 치유할 수 없는

클레오파트라보다 더 치명적인

바다의 유혹이여

 

바다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말고

바다를 가슴 가득 끌어안아야지.

비워지면서 더욱 가득 채워지는 내 안의 바다

수평선으로 먼저 떠났던 우리의 절망들이

신선한 아침을 예인하여 돌아오고 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