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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완장
아무도 내게
완장을 채워주는 사람이 없다.
가슴 속에 꽃 한 송이 피우듯
내 스스로 만든 예쁜 완장 하나 차고
바다의 노래가 늘 푸르게 살아있도록
바다를 지킨다.
새벽에 해변에 나가 보면
오늘도 파도는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인간들이 버린 삶의 껍질이
콜레스테롤처럼 바다의 혈관을 막고 있다.
저렇게 사는 것도 길이 되는가.
바다를 버리면 바다의 분노가
인간의 삶을
해일로 덮어버린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바다의 몸이 너무 커서
내가 닦아주는 곳이 바다의 손톱 또는
머리카락 한 올일지라도
나는 오늘 페트 병 하나라도
건져 올리고
작은 상처라도 싸매주면서
바다의 흥타령이 온 바다에 울려 퍼지도록
기도한다.
완장을 다시 한 번 바르게 차며
글
답청절 파도를 밟다
속도를 올린다. 방파제를 차고
바람에 흔들리는 수평선을 향해
파도야 누워라 대장님 나가신다.
뱃머리 내려앉는 햇살에
봄은 무르익고
긴 해안선마다 산 벚꽃 그림자를
가득 담았다.
준비한 거라야
소주 됫병에 된장 한 종지
가슴 가득 담고 온 설렘 한 단지
점심은 해삼 전복 건져
소주잔으로 때우고
저녁엔 황혼을 딛고 돌아오면 되지
답청절 풀을 밟듯 파도 밟고 들어가
화전을 부치듯 패전을 부쳐
부어라 마셔라 흥을 돋우면
웃음소리 뱃전에 부딪쳐 노래가 되어
갈매기도 날아가다 날개 쉬고 듣는다.
서먹서먹했던 이웃도 다
어깨동무 되어
황혼이 융단처럼 깔린 파도 밟고 돌아오면
올해도 우리 마을엔
바다가 불러서 가는 사람 없으리.
배마다 만선의 노래 가득 싣고 돌아오리.
글
봄 바다
미역 순 크는 향기로 온다. 봄 바다는
샛바람이 불어올 때 바다에 나가
향내 묻은 물결로
마음의 겨울을 씻어냈으면 좋겠네.
방울소리로 달려오는
갈매기 노래를 마음껏 안아줬으면 좋겠네.
산더미 같이 분노로 밀려올 때는
세상을 산산이 부숴버릴 듯하지만
해당화 발밑까지만 치고 올라오는 파도
파도가 놓고 간 게 미움인 줄만 알았더니
모래밭에 새겨진 자국을 보니
사랑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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