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해近海를 나서며

근해近海를 나서며

 

 

살다가 싫증이 나면 배를 타는 거다.

오륙도가 한사코 나를 붙잡아도

그래, 대양大洋을 향해 나아가는 거다.

 

머리 감아 빗고 새색시처럼 다소곳한

섬들 하나씩 뒤로 밀려나고

사랑하는 사람들 얼굴조차 출렁이는 물결에

씻겨나갈 때

 

절대로 돌아서지 않으리라.

가족들과 단란히 조반을 먹고

차 한 잔 마시는 아침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그 많던 어선들 한 척씩 줄어들고

막걸리 맛처럼 외로움이 혼곤하게 배어들 때

내 의지 포세이돈의 근육처럼 굳세게 단련하여

해를 잡으러 해 뜨는 곳으로

끝없이 달리리라.

 

인생처럼 넘고 또 넘어도

끝없이 가로막는 파도

세월이 소용돌이치는 삶의 바다에서

이제 저 수평선만 훌쩍 넘으면

부상扶桑이 코앞에 다가오겠지.

 

 

 

posted by 청라

출항出港의 아침

출항出港의 아침

 

 

일출日出을 예인曳引하러 떠났던 배들이

해당화 꽃밭처럼

눈부신 아침을 피워놓으면

부산항은

새벽 닭울음소리로 피곤을 털고 일어나

오륙도 너머 수평선으로 출항出港의 깃발을 단다.

닻을 올리고 뱃고동소리 항구를 울리면

이제 나는 바다의 사나이

동백섬에 봄이 왔다고

동백꽃 향기 나를 부르러 와도

손을 흔들어야 한다.

에메랄드빛 꿈을 잡으러 떠나야 한다.

바다를 품는 사람이 세계를 이끄는

신 해양시대

해양 르네상스를 이 손으로 꽃피우겠다.

항구야 잡지 마라.

파고波高 험한 길이라고 멈출 수 있나.

불끈 일어선 젊음이 시들기 전에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한 바퀴 돌아

바다의 주인이 되어 돌아오겠다.

posted by 청라

바다에서 길을 찾다

바다에서 길을 찾다

 

 

가끔은 인생의 사막을 걷다가

길을 잃을 때

그믐밤 어둠인 듯 삶이 막막할 때

바다로 나아가자.

 

바다에는 길이 있다.

수평선 너머 아득한 대양大洋에는

거칠고 험난하지만

사나이 걸어갈 길이 있다.

 

오늘 너는 배를 만들고

내일 나는 그 배를 타고

오대양 육대주를 돌며

우리의 자랑을 전하고 오리라.

 

스페인이, 포르투갈이

대영제국이 간 길을 따라

바다에서 길을 찾아

태극기 휘날리리라.

 

가끔은 주저앉고 싶을 때

바다로 나아가자.

폭풍에 춤추는 물결 사이로

우리가 걸어갈 길이 보인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