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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보길도 낚시질
모두 벗고 왔으면
안개 같은 세사世事는 바닷바람에 날려버리자.
오래 놓아뒀던 낚싯대 어깨에 걸쳐 메고
바다의 마음이나 낚으러 가자.
고산孤山 선생 외로움을 즐기던 바위에 앉아
안개 자욱한 새벽 동쪽 바다에 낚싯줄을 던지니
끌려나오는 건 눈부신 일출日出
금빛으로 번지는 삶의 여유
휴대폰을 버리고 왔더니
바다엔 자유가 넘쳐나네.
정들었던 모든 것 육지에 벗어놓고
낯설어 더욱 정겨운 바다와 산들
오늘 아침 끼니는 파돗소리로 때우고
점심에는 예송리에 가서
소주 한 잔에
신선한 바다의 살점이나 씹어 볼까나.
바다로 올 때 다 버리지 못한
세상 근심의 찌꺼기들
조금씩 떼어내어 바늘에 꿰어 던지다보면
아! 구름처럼 바람처럼 빈 몸이 될까.
오늘 밤엔 바다의 노래를 미끼로 삼아
서녘으로 가려는
낙월落月이나 건져야겠다.
글
해후
파도는 와아 하고
함성을 지르며 달려온다.
달려오는 파도의 뒤꿈치에선
소용돌이처럼
물거품이 일고 있다
물거품처럼 부서진 사랑
덧없다고 말하지 마라
오랜 세월 건너 찾아오는 나를
영嶺 넘자 온몸으로
반겨주는 걸 보면
바다는 가진 게 정 뿐이다
글
한려수도의 봄
학동 해변에서 밀물소리를 듣는다.
남쪽 바다엔 봄이 일찍 와서
몽돌 위를 타고 넘는
밀물소리에
질펀한 가락이 묻어있다.
도다리쑥국 먹으러 온 바다 사내들은
막걸리 몇 잔에 안주 삼아
한려수도의 봄 얘기 한창인데
사투리마다 배어있는 갯냄새에는
동백꽃 향기 가득 피어난다.
입이 무거운 무인도에는
꽃들이 몰래 진단다.
막걸리 맛처럼 시금털털한
세상 험한 일들 씻으러
배타고 한 번 휭하니 돌다 올까나.
물안개 옅어지는 수평선 너머로
반갑게 손을 흔드는 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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