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봉산에 올라서

덕봉산에 올라서

 

 

바다 곁에 오래 살았다고

모두 바다의 친구라고 할까

 

덕봉산에 오르면

마음의 때를 씻고 또 씻어 주는

천 년의 파도 소리

 

미움이 녹고 사랑도 녹고

내 몸이 물빛으로 투명해져서

 

갈매기 속삭이는 말을 알아들으니

바다는 다가와

뜨겁게 포옹을 한다.

 

 

posted by 청라

태종대 안개꽃

태종대 안개꽃

 

 

살다가 가끔 막막해지면

태종대는

해무海霧를 자욱히 피워

제 스스로를 지운다.

 

병풍바위도 신선대도

주전자 섬도

사월 안개꽃 속에서는

향기만 남는다.

 

안개 덮인 눈으로 세상을 보면

바다에는 길이 없다.

파도 소리만 거칠어

자살바위 위에서 들 뛰어내리지만

 

사람들아!

삶의 안개꽃 지고 나면

바다는 모두 길이다.

세상 어디든지 갈 수가 있다.

 

posted by 청라

기성리에서 일 년

기성리에서 일 년

 

 

바다에 중독되어

기성리에서 일 년 살았다.

달밤에 백사장에 나가

해심海心에 모래를 뿌리면

천 개의 근심이 달과 함께 깨어졌다.

척산천으로 떠내려 온

태백산 그림자들이

바다로 함께 가자고 유혹할 때 쯤

파도가 하는 말들이

선명하게 귀에 들어왔다.

바다를 사랑하는 덴 약이 없다.

인연을 접은 뒤

사람들 속에서 더욱 외로워질 때

나는 추억의 스위치를 올리고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노래

기성리 앞 바다 파도 소리를 듣는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