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꽃

소금 꽃

 

 

흠이 있는 영혼들은

모두 염전으로 가 꽃이 되는 꿈을 꾼다.

 

입구가 열리길 기다려 화장을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기쁨인 듯 노래인 듯 가면을 쓰고 간다.

 

제염사製鹽師가 할 일은

세상을 살맛나게 간 맞춰 줄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려내는 일

 

오뉴월 태양을 볼록렌즈처럼 쏟아 붓다가

배수구를 열어주면 제일 먼저

도망 나오는 건

불평 많은 불순물들

 

가장 짜릿한 순간을 위해

바람을 불러다 바다 비린내 말리고

우울증을 말리고

불순한 것들 모두 증발관으로 날려버리면

 

진흙 위에 비로소 몸을 세우는

바다의 사랑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영혼들만 살아남아

눈부시게 하얀 꽃을 피운다.

 

 

 

 

 

posted by 청라

조개 집

조개 집

 

 

바다가 그리울 땐

조개 집을 짓고 살리라.

 

내 방 안엔

파돗소리를 살게 하고

 

지붕은

갈매기 노래로 덮어

 

하루 종일 마음의 돌담 안에서

바다가 뛰어놀게 하리라.

 

텃밭에는

갯메꽃 몇 포기 웃음 짓게 하고

 

황혼이 피어날 때쯤

당신이 오면

 

가장 아끼던 술병을 열어

바다의 노래를 안주로

씹어가면서

 

바다에 취해 살리라.

 

 

 

 

posted by 청라

총성

총성

 

 

경매사 종소리에 유리처럼 깨어지는 적막

공동어시장의 새벽이 열린다.

부서진 적막에는 날이 서 있다.

모두의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세월이 박힌 모자를 쓰고

중도매인들은 전쟁을 시작한다.

신속하고 정확한 것이 경매의 생명이다.

오고 가는 손가락 수신호 따라

울려오는 총성

 

인생은

조이는 맛이 있어야 짜릿한 거야.

바다의 주인이 정해지는 동안

사람들의 소망이 덧없이 피었다 지고

 

공동어시장 새벽은

광기가 해일처럼 넘실거린다.

서편에 걸린 그믐달도 총소리에 중독되어

못 넘어가고 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