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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포동은 잠들지 않는다
퇴역 마도로스 김 씨는 몸속에 바다를 감추고 산다.
술에 먹히기 전까지는 말투에서
꽃냄새가 풍기지만
그의 우리에 가두었던 바다가 풀려나오면
남포동은 갑자기 해일海溢에 덮여 바다가 된다.
남포동 사나이는
마도로스 아니라도 모두 낭만에 산다.
쿠마나 비치에서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며
음페케토니에서의 모험 이야기
그들은 언제나 허황된 추억에도 같이 춤을 춘다.
자갈치 횟집에 가서 바다의 살점을 씹을 때나
건어물 상회에서
흘러간 세월의 박제剝製를 쓰다듬을 때
그들의 눈에서 광기처럼 일어나는
산더미 같은 파도
한 번 바다의 사나이는 영원한 바다의 사나이
바다와의 인연은 운명이었다.
파낼 수가 없다.
산 속으로 도망을 쳐도 사람들 사이에 몸을 묻어도
핏속에서 잉잉대며 바다가 부르는 소리
밤이면 추억들이
더 화려한 오색 등으로 피어나는 곳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꿀벌처럼 모여 사는 곳
부두에 바닷물이 마르지 않는 한
남포동은 잠들지 않는다. 항시 깨어서 출렁거린다.
글
달빛 바다
바다는 바람의 목말을 탔다.
힘껏 뛰어올랐다.
언뜻언뜻 보이는 파도의 속살마다
만 개의 알을 낳는 달
부화孵化하는 빛의 입자들이
정어리마냥 퍼덕인다,
샤르랑 샤르랑
소리의 덩굴들이 온 바다로 퍼져 간다.
달 뜬 바다는
온통 빛의 환호성이다.
글
보길도 낚시질
모두 벗고 왔으면
안개 같은 세사世事는 바닷바람에 날려버리자.
오래 놓아뒀던 낚싯대 어깨에 걸쳐 메고
바다의 마음이나 낚으러 가자.
고산孤山 선생 외로움을 즐기던 바위에 앉아
안개 자욱한 새벽 동쪽 바다에 낚싯줄을 던지니
끌려나오는 건 눈부신 일출日出
금빛으로 번지는 삶의 여유
휴대폰을 버리고 왔더니
바다엔 자유가 넘쳐나네.
정들었던 모든 것 육지에 벗어놓고
낯설어 더욱 정겨운 바다와 산들
오늘 아침 끼니는 파돗소리로 때우고
점심에는 예송리에 가서
소주 한 잔에
신선한 바다의 살점이나 씹어 볼까나.
바다로 올 때 다 버리지 못한
세상 근심의 찌꺼기들
조금씩 떼어내어 바늘에 꿰어 던지다보면
아! 구름처럼 바람처럼 빈 몸이 될까.
오늘 밤엔 바다의 노래를 미끼로 삼아
서녘으로 가려는
낙월落月이나 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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