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피고 싶다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세상을 환하게 한다

 

쓰르라미 울음으로 저물어가는

여름의 황혼 무렵

 

지다 만 능소화 가지 끝에 피어난

저 진 주황빛 간절한 말 한 마디

 

바람의 골짜기에

향기로운 웃음을 전하면서

 

너는

사랑을 잃은 친구의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해준다

 

보라

깨어진 사금파리처럼

남의 살 찢으려고 털을 세우는 것들

널린 세상에

 

벌 나비처럼 연약한 사람들을 감싸 안고

젖을 물리듯 자장가 불러 주는

세상의 어머니여!

 

내생에서는 잠시라도

너처럼

한 송이 꽃으로  피고 싶다

posted by 청라

연서戀書

시조/제3시조집 2022. 8. 20. 21:03

연서戀書

 

 

살짝 만 돌아보오.

한여름 무더위를

후루룩 씻고 지나가는

소나기를 닮은 사람

 

살포시

웃는 모습이

가을 달을 닮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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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3

시조/제3시조집 2022. 8. 20. 07:53

낙화3

 

 

쓸지 마라

세월이다

시들어도

향내 품은

 

뻐꾸기 산울림이 새겨놓은 빗살무늬

 

흙발에

짓밟혔어도

지워질 수 없는 역사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