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쓴 편지

시조/제3시조집 2022. 9. 1. 19:58

물 위에 쓴 편지

 

 

물오리 한숨 풀어

물 위에 편지를 쓴다

썼다 지운 이야기는

꽃잎으로 떠도는가

옛날은 희미해지고

향기만 가득 풍겨온다

posted by 청라

4월의 눈

4월의 눈

 

 

잠 안 오는 밤 접동새 불러

배나무 밭에 가면

4월에도 눈이 온다

보아라!

푸른 달빛 아래

다정한 속삭임의 빛깔로 내리는

저 아름다운 사랑의 춤사위

외로움 한 가닥씩 빗겨지며

비로소 지상에는 빛들의 잔치가 시작된다

배꽃이 필 때면 돌아오겠다고

손 흔들고 떠난 사람 얼굴마저 흐릿한데

사월 분분히 날리는 눈발 아래 서면

왜 홀로 슬픔을 풀어 춤사위로 녹이는가

접동새 울음은 익어

은하수는 삼경으로 기울어지고

돌아온다는 언약처럼

분분히 무유의 흙으로 떨어지는 꽃잎

돌아서서 눈물을 말리는 것은

다정도 때로는 병이 되기 때문이다

 

posted by 청라

산안개

시조/제3시조집 2022. 8. 29. 22:35

산안개

 

 

한여름 비온 날 아침 산봉우리 올라 보니

초록빛 골짜기마다 시루떡 찌고 있다

담 너머 떡 사발 나누던 고향생각 아롱댄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