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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물 위에 쓴 편지
물오리 한숨 풀어
물 위에 편지를 쓴다
썼다 지운 이야기는
꽃잎으로 떠도는가
옛날은 희미해지고
향기만 가득 풍겨온다
글
4월의 눈
잠 안 오는 밤 접동새 불러
배나무 밭에 가면
4월에도 눈이 온다
보아라!
푸른 달빛 아래
다정한 속삭임의 빛깔로 내리는
저 아름다운 사랑의 춤사위
외로움 한 가닥씩 빗겨지며
비로소 지상에는 빛들의 잔치가 시작된다
배꽃이 필 때면 돌아오겠다고
손 흔들고 떠난 사람 얼굴마저 흐릿한데
사월 분분히 날리는 눈발 아래 서면
왜 홀로 슬픔을 풀어 춤사위로 녹이는가
접동새 울음은 익어
은하수는 삼경으로 기울어지고
돌아온다는 언약처럼
분분히 무유의 흙으로 떨어지는 꽃잎
돌아서서 눈물을 말리는 것은
다정도 때로는 병이 되기 때문이다
글
산안개
한여름 비온 날 아침 산봉우리 올라 보니
초록빛 골짜기마다 시루떡 찌고 있다
담 너머 떡 사발 나누던 고향생각 아롱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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