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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처방전處方篆을 쓰다
고희古稀 넘어 바다의 방언方言도 술술 들리니
사는 일에 걱정이 더 많아졌다.
바다의 큰 병 앓는 신음에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나 혼자 쩔쩔매며 약 한 첩 못쓰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래 바다를 사랑하는 게 약방문藥方文이다.
시詩로 외쳐서 세상을 바꿔보자 하고
처방處方을 내렸다.
바다는 어린애다.
다정하게 손잡아 주면 와락 안겨오다가도
조금만 섭섭해지면 토라져서 몇 날 며칠이고
태풍을 몰고 온다.
약이 쓰면 토해버리고 정을 떼면 아파한다.
가슴을 한없이 따뜻하게 데워놓자.
통통 튀지 못하도록 꼬옥 안아주자.
망팔望八의 길목에서 詩시로 처방전處方篆을 쓴다.
글
연민憐愍
가슴이 두근거린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 온몸을 뒤틀며 괴로워하는 바다의 비명이 무좀균처럼 발바닥 피부 사이로 스며든다. 멸치도 아파하고, 정어리도 아파하고, 상어도 고래도 아파한다. 바다는 작은 것도 큰 것도 온통 아파하는 것들뿐이다.
아시아의 강들은 오줌발도 걸레다. 쏟아내는 목청마다 모두 욕설뿐이다. 그들은 왜 공장마다 문을 강 쪽으로 열어놓았을까. 문마다 왜 그렇게 쌩욕들을 쏟아 부을까. 강들은 죽고, 죽은 강을 마시는 바다는 배가 아프다. 펄펄 뛰다 죽을 만큼 배가 아프다.
태평양 아열대 환류는 쓰레기로 섬을 만든다. 일조 팔천억 개의 플라스틱이 먹이처럼 떠돌고 있다. 배고픈 물고기들 덥석 먹어버리면 소화도 되지 않고, 뱉어낼 수도 없고. 바다엔 병원이 없다. 절대로 통증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팔라우의 산호는 지금도 죽고 있다. 온난화溫暖化로 육지는 물로 덮여가고, 빙산은 녹아서 북극곰은 갈 곳이 없다. 폐수로, 쓰레기로, 온난화로 펄펄 열이 끓는 바다
바다가 아프면 이제 사람도 아프다.
글
바다의 목이 다 쉬어빠져서
바다에는
노래가 산다.
피리처럼 수많은 구멍이 있고
바람만 불면
반짝이는 음계音階들이 물결 위에서 춤을 춘다.
절벽 머리 삼백 년 묵은 향나무의 귀는
갈매기가 씻어주었지.
갈매기는 새끼까지 불러와서
고막鼓膜의 신경들을 샅샅이 닦아내고 있다.
가는귀먹은 방파제 옆 바위에는
작은 소라새끼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나팔을 불고
달밤이면 수억 개의 물이랑마다
달빛이 바다를 끌어안고 덩실거렸는데
바다가 목이 쉬었다.
백사장을 기어오르는 물거품에는
피가 밴 가래침이 흥건하다.
밤새도록 기침을 하는 바다의
쉬어빠진 목소리에는
인간이 찌른 탐욕의 못 하나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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