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령포 관음송觀音松

 

 

남쪽은 층암절벽 서강이 곡류曲流하여

세상과 끊어져서 구름 밖에 아득한 곳

나라님 날개 꺾이어 새처럼 추락한 곳

 

하늘이 무너진 날 옥가獄街에서 통곡하고

목숨을 걸어놓고 동을지冬乙旨에 안치했네.

충의공忠毅公 저 붉은 충절 세세년년 빛나리라.

 

임의 맑은 혼은 관음송觀音松에 스며들어

나라의 위기 앞에 표정 바꿔 경고하네.

후손아, 옷깃 여미고 저 기상을 이어가자.

 

 

2020. 4. 23

posted by 청라

가을 강 비 내릴 때

가을 강 비 내릴 때

 

 

사비성 아우성이

백마강에 가라앉아

백제 한

쪼아보려

부리를 박은 물새

 

역사는

비에 젖어도

단풍으로 타고 있다.

 

 

2020. 4. 21

posted by 청라

들꽃

들꽃

 

 

나 들꽃이라 무시하지 마라.

 

못난 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외면할 때도

 

나는

거친 땅에서 싹을 틔워

어두운 들을 밝힐 꽃대를 세운다.

 

폭풍이 불어

모든 꽃들 다 누워 일어서지 못할 때도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불의不義에 맞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일어선다.

 

밟을수록

더욱 끈질기게 일어나

꺾여진 옆구리에서 꽃을 피운다.

 

꽃을 피워

어두운 세상 환하게 덮는다.

 

 

2020. 4. 19

문학사랑132(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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