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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섬
봄비 그치면
둑길 위에 섬 하나 지어놓고
그 섬에 갇혀보자,
민들레 꽃대 위에
그대 얼굴 피워놓고
때로는 함께 걷는 일보다
혼자 그리워하는 일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자.
그 섬에는
눈물 같은 것은 살게 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의
눈웃음 같은
따뜻한 것들만 가득 살게 하자.
2020. 2. 14
글
꽃 한 송이의 기적
산수유 꽃이 피었습니다.
세상의 겨울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마을에
당신이 보내준 작은 온정처럼
저 연약한 꽃 한 송이
무엇을 만든 것일까요.
눈보라로 덮여있던 사람들의 가슴은
더 이상 춥지 않을 것입니다.
집집마다 꽁꽁 닫혀있던 문들도
서로를 향해 활짝 열릴 것입니다.
그믐의 어둠인 듯 막막하던 뜨락에
편지에 담아 전한 당신의 미소처럼
산수유 꽃 한 송이
세상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2020. 2. 7
『충청예술문화』96호(2020년 3월호)
글
칡꽃
사랑도 집착이라
칭칭 감고 올라가서
자줏빛 환희를
마디마다 매달았네.
갈등葛藤을
꽃으로 삭여
풀어내는 저 함성
2020.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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