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핀 동백 같이

                           문덕수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웃다가

잠깐 흔들리다가

 

반쯤 핀 동백 같이

사진 속에 있네.

 

당신의 생애는 햇빛 달빛에

익을수록

신화가 되어 가는데

 

이승의 것들은

이승의 마을에 남겨둔 채

 

훌훌 턴 바람처럼

웃고 있네.

 

마중 나온 봄 향기에도

눈물 나는데

 

반쯤 핀 동백 같이 웃고 있네.

 

 

2020. 3. 16

시문학586(20205월호)

posted by 청라

난꽃

난꽃

 

 

당신이 두고 떠난 화분을

치우려는데

밤사이 망울 틔운

햇살 같은 웃음 한 송이

 

정말로

미안하다고

마음으로 전하는 말

 

 

2020.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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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갇힌 봄

코로나에 갇힌 봄

 

 

비둘기 콕콕콕콕 유리창 두드린다.

매화 봉오리에 봄물이 오르는데

방문을 닫아걸고서 하루 종일 뭘 하냐고

 

를 읽어봐야 바람 든 무맛이다.

태엽 풀린 시계처럼 하루는 늘어지고

봄날은 코로나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네.

 

피하고 도망만 가면 꽃피는 봄 못 보리라.

떨치고 일어서서 절망을 이겨내세.

나라가 어려울수록 혼자 살려 하지 말자.

 

 

2020. 2. 28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