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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가을 강 비 내릴 때
사비성 아우성이
백마강에 가라앉아
백제 한恨
쪼아보려
부리를 박은 물새
역사는
비에 젖어도
단풍으로 타고 있다.
2020. 4. 21
글
들꽃
나 들꽃이라 무시하지 마라.
못난 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외면할 때도
나는
거친 땅에서 싹을 틔워
어두운 들을 밝힐 꽃대를 세운다.
폭풍이 불어
모든 꽃들 다 누워 일어서지 못할 때도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불의不義에 맞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일어선다.
밟을수록
더욱 끈질기게 일어나
꺾여진 옆구리에서 꽃을 피운다.
꽃을 피워
어두운 세상 환하게 덮는다.
2020. 4. 19
『문학사랑』132호(2020년 여름호)
글
강가에서
저 물 흐르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더 자연스럽게
막히면 돌아가고
둑이 있으면
채우고 또 채워 넘어가는
강가에 서 있으면
세상 살아가는 바른 도리가
보일 듯도 하다.
작은 미움에도 갈기를 세워
분노의 물거품 일으키며
때로는 폭포로 떨어지던
산골 물소리 같은 젊음을 흘려보내고
이제는 하늘도 산도 가슴에 품고
아, 작은 잠자리 그림자
풀꽃들의 향기도 품으며
바람이 속삭이다 가는
시간의 어느 굽이를
어쩌다 이만큼 흘러왔는가.
바다가 보이는 삶의 하류에서
미운 것도 예쁜 것도 섞여서 잔잔해지는
깨어지지 않을 평화를 보았네.
2020. 4. 17
『대전문학』88호(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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