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정酒酊

시 주정酒酊

 

달밤에 꽃 그림자

술잔을 기울이다

취흥에 두견처럼

시 주정酒酊을 하여보네.

시재詩才야 시선詩仙을 따를까

멋진 흉내만 내어보네.

 

술기운에 뿌린 시가

내년 봄에 꽃피울까

누군가 술에 취해

내 시를 읊조릴까

이생에 큰 욕심 없지만

시 몇 수는 남기고 싶네.

 

2019. 8. 31

posted by 청라

사하촌寺下村

사하촌寺下村

 

목탁소리 몇 소절이 마을을 쓸고 간 후

개 망초 피어나듯 골목마다 맑은 웃음

내 고향 절 아래 마을 흰 구름 모이는 곳

 

가끔은 석가불님 미소가 떠내려 와

어두운 처마 끝에 등불로 피던 마을

떡 사발 주고받던 담 풀꽃처럼 환한 인정

 

진달래 망울 트면 날 부르러 오던 남풍

아버님 한숨으로 영 못 넘던 회재 고개

풀 향기 등 떠밀어서 넘어오던 인생 고개

 

말리며 보내는 마음 사랑보다 진하더라.

어머님 비는 손에 달빛이 휘감겨서

앞산이 따라다니며 모진 바람 막아줬지.

 

소년은 흙 빛 잃고 시간 속을 왔건마는

무심코 흘리고 온 열병 같은 사랑 하나

죽어도 버리지 못할 젖 내 같은 고향 하나

 

 

2019. 8. 28

posted by 청라

 

저승잠 자다가도

당신 없으면 금방 알지

사십 년 찌들었던

된장 냄새, 김치 냄새

코끝에 멀어지면서

몸이 먼저 깨는 걸

 

 

2019. 8. 27

posted by 청라

능소화

능소화

 

입 다물고

참다 참다

터져버린 볼멘소리

 

귀담아

듣다 보면

송이송이 진한 아픔

 

아내여 긴 세월 견딘

인종忍從 벗어 버렸구나.

 

 

2019. 8. 25

posted by 청라

촛불 세상

촛불 세상

 

태극기 밀려나고

국가國歌는 버림받고

 

어제까지 옳던 것이

날 밝자 그른 세상

 

개천절

국기 꽂이엔

촛불을 달아야 하나

 

통로를 치워놓고

나라 힘 깎아놓고

 

가깝고 먼 이웃은

반목하여 인연 끊고

 

촛불은

타오르는데

세상 더욱 어둡구나.

 

 

2019. 8. 23

posted by 청라

수박 밭에서

수박 밭에서

 

겉으론 초록인 척 속 파보니 빨강일레.

빨강이 진할수록 더 빛나는 초록빛깔

속 붉고 겉 푸른 것이 지천으로 널린 세상

 

2019. 8. 23

posted by 청라

작은 꽃도 모여 피니

 

별처럼 반짝반짝

망초 꽃 송이송이

작은 꽃도 모여 피니

세상이 다 화안하다.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마음 모아 꽃 세상

 

별처럼 반짝반짝

꿈꾸는 아이들 눈

작은 꿈도 모여 꾸니

세상을 다 바꿔 놓네.

아무리 작은 꿈이라도

힘을 모아 새 세상

 

2019. 8. 18

posted by 청라

춘일春日

춘일春日

 

까치가 요란하게

울다 간 하루 종일

 

사립문 열어놓고

정류장만 바라보네.

 

막차는 지나가는데

찬바람만 휭하네.

 

2019. 8. 18

posted by 청라

달빛에 잠든 마을

달빛에 잠든 마을

 

달빛에 잠든 마을

어디나 빈 세상 같다

꽃들도 물소리도

그림인 양 숨죽이는데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도화지를 찢는고.

 

 

2019. 8. 17

posted by 청라

망초꽃

망초꽃

 

별 같다

누이 같다

귀뚜리 울음 같다

 

너무도 친근해서

귀한 줄 모른 사람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함께 가자 웃는다.

 

 

2019. 8. 14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