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법칙

 

옥양목 하얗게 옷 지어 입어도

세월 흐르면 때가 묻지

조금씩 검어지다가

원래가 검었던 듯 번질거리지.

 

정의로 일어선 권력도

세월 흐르면 때가 묻지

조금씩 더러워지다가

원래의 불의보다 더 뻔뻔해지지.

 

네 얼굴 한 번

맑은 거울에 비춰보아라.

 

비바람 속에서

늘 하얀 옥양목 어디 있으랴

썩지 않는 권력이 어디 있으랴.

 

 

2019. 10. 9

posted by 청라

[다시 쓰는 금강] 금강 - 엄기창(1952~)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강 윗마을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진초록빛 섬에
물새는 늘 구구구
꿈꾸며 산다.
숨 쉬는 물살 그 가슴에
한 송이씩
봉숭아 꽃물 빛 불이 켜지면
미루나무 그늘을 덮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새,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말갛게 씻겨
모래알로 가라앉고
혹은강둑 이름 모를 풀꽃으로 피는데
강심에 뿌리 내린 바위야
나도 이 비단결에
곱게 새겨지는 이름으로 남고 싶다.


이 세상 마을은 모두 강 윗마을과 강 아랫마을로 나뉜다. 그래서 두 마을 사이 강은 흐른다. 강의 흐름은 윗마을과 아랫마을 이야기 잇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강이 흐르면 사람들 모여들어 더 큰 삶의 강을 펼친다. 그 강 위로 사랑을 나르는 구구구 물새들. 아, 아침 안개 걷히는 강둑 위로 이름 모를 풀꽃도 피어 우우우 노래한다. 강 속으로 힘차게 밀며 가는 물살 그 가슴에 봉숭아 꽃물 빛 등을 켠다.
사람들 삶은 강둑에 이름 모를 풀꽃으로 피어나 흐르는 물에 말갛게 씻긴다. 강은 시간을 쟁이며 흘러 고운 모래로 쌓인다. 누구라도 금강에 오면 비단결 순한 강 자락 위에 곱게 새겨지는 이름으로 살고 싶다. 그렇게 금강에 살면 금강을 닮고, 금강 닮은 아이를 낳고. 금강의 미소를 닮아 점점 금강으로 이어져 하나의 금강이 된다. 하여 진정한 금강으로 살아가는 자 백성 아니던가. 그가 바로 시민 아닌가.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