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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1시집-서울의 천둥에 해당되는 글 71건
글
行樂地 저녁 풍경
淸羅 嚴基昌
어린애 울음에
꽃이 지고 있었다
꽃이 진 빈 자리를
어둠이 채우고 있었다.
술취한 사람들은 어둠에 쫓겨
무심히 지나가는 빈 바람이었다.
바람의 뒤꿈치를
아이의 울음이 악쓰며 따라가고 있었다.
아이의 붉은 울음에 산이 떨었다.
금간 어둠 사이로
초승달이 삐굼이 떠올라
목쉰 아이 눈물 혼자 보고 있었다.
꽃이 지고 있었다
꽃이 진 빈 자리를
어둠이 채우고 있었다.
술취한 사람들은 어둠에 쫓겨
무심히 지나가는 빈 바람이었다.
바람의 뒤꿈치를
아이의 울음이 악쓰며 따라가고 있었다.
아이의 붉은 울음에 산이 떨었다.
금간 어둠 사이로
초승달이 삐굼이 떠올라
목쉰 아이 눈물 혼자 보고 있었다.
글
인형의 목
淸羅 嚴基昌
혼자 걷는 길에만, 너는
너의 내면에서 나의
내면으로 건너 온다
바둑돌 모양 살은 깎이고
흑백의 뼈만 남은
그 말 한 마디만 가지고 건너온다.
<죽어도 썩지 않는 것은 슬픔이란다.>
세월이 갈수록 윤기 도는
너의 허연 목뼈.
살아 움직이나보다 너의
목뼈는
내가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면
떨어져 나간 머리 대신으로
조용히 목을 흔든다.
너의 내면에서 나의
내면으로 건너 온다
바둑돌 모양 살은 깎이고
흑백의 뼈만 남은
그 말 한 마디만 가지고 건너온다.
<죽어도 썩지 않는 것은 슬픔이란다.>
세월이 갈수록 윤기 도는
너의 허연 목뼈.
살아 움직이나보다 너의
목뼈는
내가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면
떨어져 나간 머리 대신으로
조용히 목을 흔든다.
글
은행동 오후
淸羅 嚴基昌
내가 빌딩숲 사이에서
싸리꽃으로 핀다면
피는 거지.
쓸어내도 쓸어내도 마르지 않는
저 소음의 한끝을 잘라내고
내 고향 太華山
산 자장가 소리 뿌릴 수 있다면 뿌리는 거지.
아무리 질긴 뿌리라도, 내 사랑
아스팔트 바닥 위에선 싹이 틀 수 없다는
친구여, 믿게나
오늘 오후에도 지하도 입구에서 만나는
빈 접시 하나
흔들리지 않는 맹인의 눈빛
향기를 하나 가득 담아 주겠네.
싸리꽃으로 핀다면
피는 거지.
쓸어내도 쓸어내도 마르지 않는
저 소음의 한끝을 잘라내고
내 고향 太華山
산 자장가 소리 뿌릴 수 있다면 뿌리는 거지.
아무리 질긴 뿌리라도, 내 사랑
아스팔트 바닥 위에선 싹이 틀 수 없다는
친구여, 믿게나
오늘 오후에도 지하도 입구에서 만나는
빈 접시 하나
흔들리지 않는 맹인의 눈빛
향기를 하나 가득 담아 주겠네.
글
인형의 노래
淸羅 嚴基昌
새벽 안개 속에 버려진 인형 하나가
必死의 긴 밤을 지새우고 있다.
파란 칼날처럼 날세운 그믐달
가슴에 걸고
새빨간 알몸으로 불타고 있다.
소리 없는 울음 하나가
한 개씩의 별을 끄면서
하늘은 쪽빛으로 맑게 풀리고
아침의 발자국 소리 가까워 온다.
어둠의 깊은 층계 밑에서
가슴 울리는 소리 들리는가
한 파람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또 한 개씩 바램의 불을 켜면서
이리 오라고 이리 오라고
전신으로 흔드는 인형의 작은 손바닥들이
아이들 새벽 꿈밭에 만장처럼 펄럭인다.
必死의 긴 밤을 지새우고 있다.
파란 칼날처럼 날세운 그믐달
가슴에 걸고
새빨간 알몸으로 불타고 있다.
소리 없는 울음 하나가
한 개씩의 별을 끄면서
하늘은 쪽빛으로 맑게 풀리고
아침의 발자국 소리 가까워 온다.
어둠의 깊은 층계 밑에서
가슴 울리는 소리 들리는가
한 파람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또 한 개씩 바램의 불을 켜면서
이리 오라고 이리 오라고
전신으로 흔드는 인형의 작은 손바닥들이
아이들 새벽 꿈밭에 만장처럼 펄럭인다.
글
하늘
淸羅 嚴基昌
십자매 울음 소리엔
초록빛이 걷히어 있다.
물 한 모금의 자유를 마시는
부리 끝에서
일모의 햇살이 퍼덕이고 있다.
산을 모르는 아이 하나는
울 안을 기웃대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칠성산 나리꽃빛이 익은 눈에는
나리꽃 같은 꿈 한 그루
피워낼 수 없다.
빌딩에 막힌 우리집 창가에서
손수건만한 하늘을 보듯
십자매 두 마리 눈 속에 고여 있는
분꽃만한 하늘
초록빛이 걷히어 있다.
물 한 모금의 자유를 마시는
부리 끝에서
일모의 햇살이 퍼덕이고 있다.
산을 모르는 아이 하나는
울 안을 기웃대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칠성산 나리꽃빛이 익은 눈에는
나리꽃 같은 꿈 한 그루
피워낼 수 없다.
빌딩에 막힌 우리집 창가에서
손수건만한 하늘을 보듯
십자매 두 마리 눈 속에 고여 있는
분꽃만한 하늘
글
白衣천사송
淸羅 嚴基昌
창밖엔 겨울 찬 바람이
길게 울부짖으며
지나간다.
白衣를 몸에 걸치고
정결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환히 불밝힌 병동의
어느 창가에
오늘밤 불이 꺼질지 몰라
달리는 눈높이에서 별꽃 하나 지면
神이여!
조용히 일어서는 봉숭아 꽃물 같은
작은 사랑으로
벼랑 끝을 지켜주는 강한 밧줄이 되게 하소서.
약수물처럼 정갈히 빚은
天使의 눈빛 속에서
나는
새벽을 몰고 오는 종소리를 듣는다.
길게 울부짖으며
지나간다.
白衣를 몸에 걸치고
정결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환히 불밝힌 병동의
어느 창가에
오늘밤 불이 꺼질지 몰라
달리는 눈높이에서 별꽃 하나 지면
神이여!
조용히 일어서는 봉숭아 꽃물 같은
작은 사랑으로
벼랑 끝을 지켜주는 강한 밧줄이 되게 하소서.
약수물처럼 정갈히 빚은
天使의 눈빛 속에서
나는
새벽을 몰고 오는 종소리를 듣는다.
글
결석
淸羅 嚴基昌
한 아이의 의자가 비어 있다.
쉰 여섯 중의 하나
그 작은 여백 속에
나의 아침은 떨어져 눕는다.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나의 체온이 촛불로 설 수 없는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창밖엔 삼월의 햇살이 눈부신데
그늘 속에서 혼자
작은 팔다리 오그리고 있는 아이
튼튼한 쉰 다섯의 얼굴이 흐려지고
점점 확대되는
빈 자리 하나.
쉰 여섯 중의 하나
그 작은 여백 속에
나의 아침은 떨어져 눕는다.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나의 체온이 촛불로 설 수 없는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창밖엔 삼월의 햇살이 눈부신데
그늘 속에서 혼자
작은 팔다리 오그리고 있는 아이
튼튼한 쉰 다섯의 얼굴이 흐려지고
점점 확대되는
빈 자리 하나.
글
삼월
淸羅 嚴基昌
나비는 다시 살아서
모두 잠든 빈 江山을 날아다닌다.
서 있으되 마음은 누운
겨울 나무 사이에
三月 만세 소리로 눈뜬 꽃 찾아
더듬이 끝에 등불 달고
나는 나비야,
굳게 입다문 산그늘 허물어진
반달만한 양지에
初産으로 낯붉힌 진홍빛
저 간절한
말 한 마디
외침으로 외침으로 각혈하여
다시 이 강산에
초록의 불꽃을 피워 올려라.
모두 잠든 빈 江山을 날아다닌다.
서 있으되 마음은 누운
겨울 나무 사이에
三月 만세 소리로 눈뜬 꽃 찾아
더듬이 끝에 등불 달고
나는 나비야,
굳게 입다문 산그늘 허물어진
반달만한 양지에
初産으로 낯붉힌 진홍빛
저 간절한
말 한 마디
외침으로 외침으로 각혈하여
다시 이 강산에
초록의 불꽃을 피워 올려라.
글
錦江 가에서
淸羅 嚴基昌
가을 강가에 나가서
눈물로 찌들은 옷을 벗자.
푸른 함성으로 달려가는 강물로
눈을 씻고 귀를 씻자.
가장 아름다운 것만 보이게
가장 아름다운 것만 들리게...
씼고 또 씻어
놀빛에 널어 말리면
江은
신선한 음악처럼
山의 마음을 물어 날라서
엊그제 구천동 계곡에서
빗물에 말아 던진 휘파람새 울음소리가
오늘저녁 강물을 보는 내 가슴에 와서
등돌린 친구에게
손을 내밀라 한다.
눈물로 찌들은 옷을 벗자.
푸른 함성으로 달려가는 강물로
눈을 씻고 귀를 씻자.
가장 아름다운 것만 보이게
가장 아름다운 것만 들리게...
씼고 또 씻어
놀빛에 널어 말리면
江은
신선한 음악처럼
山의 마음을 물어 날라서
엊그제 구천동 계곡에서
빗물에 말아 던진 휘파람새 울음소리가
오늘저녁 강물을 보는 내 가슴에 와서
등돌린 친구에게
손을 내밀라 한다.
글
공염불
淸羅 嚴基昌
염불 속에도
쇳소리가 담겨 있다.
아침의 평화가
염불소리에 깨어진다
깜짝 놀라 일어난
산 다람쥐 눈빛 속에
바람이 담겨 있고,
선잠 깬 보라매의 날개 아래서
산이 푸르르 떨고 있다.
마이크를 통해
밖으로 밖으로 두드리는 목탁소리에
이른 등산객 하나
고개를 끄덕이지만
나무들도 풀꽃들도 고갤 돌리고
눈앞의 부처님 입술 끝에는
한 줄기 아침 햇살도 걸리지 않는다.
쇳소리가 담겨 있다.
아침의 평화가
염불소리에 깨어진다
깜짝 놀라 일어난
산 다람쥐 눈빛 속에
바람이 담겨 있고,
선잠 깬 보라매의 날개 아래서
산이 푸르르 떨고 있다.
마이크를 통해
밖으로 밖으로 두드리는 목탁소리에
이른 등산객 하나
고개를 끄덕이지만
나무들도 풀꽃들도 고갤 돌리고
눈앞의 부처님 입술 끝에는
한 줄기 아침 햇살도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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