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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1시집-서울의 천둥에 해당되는 글 71건
글
고향
淸羅
嚴基昌
느티나무 아래서
새소리를 듣는다.
장다리골 청솔바람이
상큼한 열무김치 맛으로 불어오면
골목마다 찍혀 빛나는
내 유년의 발자국들
타향의 하늘 날다가
지친 날개 접고 쉬라고
고향의 그늘은 늘 비워져 있다.
흙냄새 품은 친구와
술을 마시면
하늘의 별도 술잔에 내려와
몸을 섞느니.
모깃불 향기로 매캐한 밤
달빛에 닦여지는
남가섭암 목탁 소리 마을을 덮어
잃어버린 웃음
몇 송이
수줍게 피어나고 있다.
새소리를 듣는다.
장다리골 청솔바람이
상큼한 열무김치 맛으로 불어오면
골목마다 찍혀 빛나는
내 유년의 발자국들
타향의 하늘 날다가
지친 날개 접고 쉬라고
고향의 그늘은 늘 비워져 있다.
흙냄새 품은 친구와
술을 마시면
하늘의 별도 술잔에 내려와
몸을 섞느니.
모깃불 향기로 매캐한 밤
달빛에 닦여지는
남가섭암 목탁 소리 마을을 덮어
잃어버린 웃음
몇 송이
수줍게 피어나고 있다.
글
귀향
淸羅
嚴基昌
잊지 않았는데
한 번 오기 어렵더이다.
회재 마루에 올라서자
고향의 나무들이 만 개의 손을 흔들고
옛집 앞 복사꽃 가지마다
점화하는
호들갑스런 산까치 소리.
황금빛 석양이 머리칼 풀어헤친
산비듬나무 아래 내 여울엔
대전서부터 따라온 낮달이 목욕하고 있다
모자를 벗으며
허리 굽히고 바라보면
말끔히 씻긴 달처럼 내가 서 있고
돌아온 내 손이 빈손이라
친구야
흙묻은 네 손을 맞잡을 수 있다.
한 번 오기 어렵더이다.
회재 마루에 올라서자
고향의 나무들이 만 개의 손을 흔들고
옛집 앞 복사꽃 가지마다
점화하는
호들갑스런 산까치 소리.
황금빛 석양이 머리칼 풀어헤친
산비듬나무 아래 내 여울엔
대전서부터 따라온 낮달이 목욕하고 있다
모자를 벗으며
허리 굽히고 바라보면
말끔히 씻긴 달처럼 내가 서 있고
돌아온 내 손이 빈손이라
친구야
흙묻은 네 손을 맞잡을 수 있다.
글
‘꽃님이’ 식당에서
淸羅
嚴基昌
햇살은 그냥 햇살인데
닿는 살갗마다 환한 아우성으로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인가
엊그제 중앙로
사람들 사이에서 깊어가던 외로움이
광막한 대청호 눈빛에 녹아드는 까닭은 무엇인가
반짝이는 물결마다
물빝에 묻는 이야기가 살아나고
어느 골짜기 무슨 새소리가 청청한 정신으로 녹아 있기에
가슴에 품은 철새들 죽지마다
말간 하늘이 내려와 있다.
구름 띄워 마시는 술 한 잔 취기에
아픔은 모두 버리고 가려 하느니
내일아침 몇 가지 화학 약품에 섞여
다시 내 심장 속으로 들어온다 해도
아, 아, 물밑에서 어둠인 채로
하늘의 마음 손짓하는 삼 그림자여
버릴 것은 모두 버리고 가려 하느니
아득한 세월의 공간을 응시하며
서로 손잡고 초록빛 노래 교환하는 나무들 사이
나도 잠시 나무로 서 있다가
저녁별로 눈뜨는
청청한 저 목소리 담아 가려 하느니
닿는 살갗마다 환한 아우성으로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인가
엊그제 중앙로
사람들 사이에서 깊어가던 외로움이
광막한 대청호 눈빛에 녹아드는 까닭은 무엇인가
반짝이는 물결마다
물빝에 묻는 이야기가 살아나고
어느 골짜기 무슨 새소리가 청청한 정신으로 녹아 있기에
가슴에 품은 철새들 죽지마다
말간 하늘이 내려와 있다.
구름 띄워 마시는 술 한 잔 취기에
아픔은 모두 버리고 가려 하느니
내일아침 몇 가지 화학 약품에 섞여
다시 내 심장 속으로 들어온다 해도
아, 아, 물밑에서 어둠인 채로
하늘의 마음 손짓하는 삼 그림자여
버릴 것은 모두 버리고 가려 하느니
아득한 세월의 공간을 응시하며
서로 손잡고 초록빛 노래 교환하는 나무들 사이
나도 잠시 나무로 서 있다가
저녁별로 눈뜨는
청청한 저 목소리 담아 가려 하느니
글
금강
淸羅
嚴基昌
하늘의 맑은 마음 한 자락
내려와 손을 씻는 비단가람
물빛 속에는
어릴 때 잃어버린 내 따오기 소리
밤마다 빈집 밝혀 지켜주던
달빛의 눈물이 녹아 있다.
정다운 물들이 어깨동무하고
줄지어 도란도란 흐르고 있기에
인정도 맑아져 구천동 물소리처럼 반짝이며 살아나는
여울에 귀를 담그면
삼베치마 덮고 초록빛 꿈꾸던
어머니 젖내같은 물이여,
담 너머로 떡사발 주고 받던
내 이웃 같은 물이여
오래 보지 않아도
그 노래 그 물빛 마음에 젖어
눈감으면 나직이 우는 가람이여
내려와 손을 씻는 비단가람
물빛 속에는
어릴 때 잃어버린 내 따오기 소리
밤마다 빈집 밝혀 지켜주던
달빛의 눈물이 녹아 있다.
정다운 물들이 어깨동무하고
줄지어 도란도란 흐르고 있기에
인정도 맑아져 구천동 물소리처럼 반짝이며 살아나는
여울에 귀를 담그면
삼베치마 덮고 초록빛 꿈꾸던
어머니 젖내같은 물이여,
담 너머로 떡사발 주고 받던
내 이웃 같은 물이여
오래 보지 않아도
그 노래 그 물빛 마음에 젖어
눈감으면 나직이 우는 가람이여
글
세월
淸羅
嚴基昌
어릴 때 떠내려간
태화산 그림자를 건지려고
서해 바다에 갔었네.
내 보오얀 솜털로 꿈 갈던
소나무 위엔
갈매기가 집 틀어 살고 있었네.
번지 없이 띄워 보낸
내 풀꽃은
흔적이 없고
맨발 위에 신겨준
꽃신만 한 짝
파란 하늘 보고 돌아누워 있었네.
날아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鳶처럼
영원히 잃어 버린 내 그림자여,
물빛 흔들어 몸을 감추고
닫아 거는 가슴엔
날선 초승달 하나.
태화산 그림자를 건지려고
서해 바다에 갔었네.
내 보오얀 솜털로 꿈 갈던
소나무 위엔
갈매기가 집 틀어 살고 있었네.
번지 없이 띄워 보낸
내 풀꽃은
흔적이 없고
맨발 위에 신겨준
꽃신만 한 짝
파란 하늘 보고 돌아누워 있었네.
날아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鳶처럼
영원히 잃어 버린 내 그림자여,
물빛 흔들어 몸을 감추고
닫아 거는 가슴엔
날선 초승달 하나.
글
나팔꽃 꽃밭에서
淸羅
嚴基昌
덩굴이 뚝심 있게 감아 올라간
나팔꽃 꽃밭에서
네 소리의 빛깔을 투시하기 위해
호흡을 멈춘다.
먼 길을 돌아와 꽃이 된
나의 말이여
지난 가을 까만 씨로 떨어져
찬바람에 갈리고 갈린
나의 말이여
송이송이 여단 나팔마다
소리소리 일어나 함성이 되거라
나비 한 마리 부르지 못하는
꽃술 밑에서
빈 씨앗으로 조그맣게 익어가는
나의 말이여.
나팔꽃 꽃밭에서
네 소리의 빛깔을 투시하기 위해
호흡을 멈춘다.
먼 길을 돌아와 꽃이 된
나의 말이여
지난 가을 까만 씨로 떨어져
찬바람에 갈리고 갈린
나의 말이여
송이송이 여단 나팔마다
소리소리 일어나 함성이 되거라
나비 한 마리 부르지 못하는
꽃술 밑에서
빈 씨앗으로 조그맣게 익어가는
나의 말이여.
글
끈
淸羅
嚴基昌
한 여자가 끊고 지나간
길,
눈발이 날린다.
만월처럼 둥근 배가 쫓아와서
앞길을 막아서고
은빛으로 반짝이는 단절의
끈 한 편에
풀꽈리처럼 조그맣게 매달린
내 금간 하루,
햇빛을 막아서는
저 질긴 끈을 자를 칼은 없는가,
자동차 안에서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며
그 강한 주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길,
눈발이 날린다.
만월처럼 둥근 배가 쫓아와서
앞길을 막아서고
은빛으로 반짝이는 단절의
끈 한 편에
풀꽈리처럼 조그맣게 매달린
내 금간 하루,
햇빛을 막아서는
저 질긴 끈을 자를 칼은 없는가,
자동차 안에서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며
그 강한 주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글
만추
淸羅 嚴基昌
개살구빛 햇살들이 미꾸라지처럼
구름 속으로 파고 든다.
잔광이 비늘처럼 잘게 부서지는 하늘로
제비 한 마리 높이높이 차올라
몇 올 빛가루를 줍고 있다.
점점 낮아오는 北天의 껍질 밑으로
야윈 풀벌레 울음이 흐르고
부리 끝이라도 부빌 溫氣를 캐러
구름 속으로 들어간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떨고 있는 빨래줄마다
노랗게 돋아나는 한숨
눈물이 흔한 단풍나무가
화장을 지운다.
구름 속으로 파고 든다.
잔광이 비늘처럼 잘게 부서지는 하늘로
제비 한 마리 높이높이 차올라
몇 올 빛가루를 줍고 있다.
점점 낮아오는 北天의 껍질 밑으로
야윈 풀벌레 울음이 흐르고
부리 끝이라도 부빌 溫氣를 캐러
구름 속으로 들어간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떨고 있는 빨래줄마다
노랗게 돋아나는 한숨
눈물이 흔한 단풍나무가
화장을 지운다.
글
제주해협
淸羅 嚴基昌
섬들의 발꿈치를 벗어나자
바다는 막막하게 지워져버린다.
북빙양을 돌아온 흰 말떼들도
보이지 않는다.
푸른 물살에 담긴 하늘의 음성 속으로
발자욱을 찍으려 하루내내 오르내리던
갈매기 노래소리도 보이지 않는다.
소금기 서걱이는 검은 바람에 쫓겨
사람들은
좁은 선실 속으로 숨어들고
하늘과 맞닿은 광막한 여백
멈춘 시간 속에 나는
홀로 서 있다.
먼 섬 기도로 반짝이는 불빛이여!
가보지 목한 곳의 따스한 이야기들이
불빛을 통해 건너오니
어둠은 나를 지우지 못했구나
텅 빈 공간 속에 말간 공기로
허허로운 어둠으로 녹아들지 못했구나
저녁에 마신 한잔의 소주 열기로
몽롱히 가라앉는 人事의 그림자
검은 장막을 접고 배는 달리고
새벽이 오면
댓순처럼 청청히 일어설 바다의 음악처럼
나의 무릉도원은 짜릿하게 가까워온다.
바다는 막막하게 지워져버린다.
북빙양을 돌아온 흰 말떼들도
보이지 않는다.
푸른 물살에 담긴 하늘의 음성 속으로
발자욱을 찍으려 하루내내 오르내리던
갈매기 노래소리도 보이지 않는다.
소금기 서걱이는 검은 바람에 쫓겨
사람들은
좁은 선실 속으로 숨어들고
하늘과 맞닿은 광막한 여백
멈춘 시간 속에 나는
홀로 서 있다.
먼 섬 기도로 반짝이는 불빛이여!
가보지 목한 곳의 따스한 이야기들이
불빛을 통해 건너오니
어둠은 나를 지우지 못했구나
텅 빈 공간 속에 말간 공기로
허허로운 어둠으로 녹아들지 못했구나
저녁에 마신 한잔의 소주 열기로
몽롱히 가라앉는 人事의 그림자
검은 장막을 접고 배는 달리고
새벽이 오면
댓순처럼 청청히 일어설 바다의 음악처럼
나의 무릉도원은 짜릿하게 가까워온다.
글
얼룩
淸羅 嚴基昌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러기 한 마리
그리고 지나가는 하얀 금 위에
그리운 자장가 소리 철렁대며 걸리고
천 가닥 넘어 쏟아지는 달빛 이랑
이제는 아무도 올 수 없는 길로
어릴 때 내 빈 몸 빈 마음의
작은 날개들이
푸득대며 날아오르는 청랑한 소리.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밤새워 짠 베틀로는
한 파람의 겨울도 막을 수 없는
귀뚜라미의 허전한 발
걸어가는 발 밑에 눈뜨는
자잘한 이야기들이
진하디 진한 얼룩으로 남는다.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러기 한 마리
그리고 지나가는 하얀 금 위에
그리운 자장가 소리 철렁대며 걸리고
천 가닥 넘어 쏟아지는 달빛 이랑
이제는 아무도 올 수 없는 길로
어릴 때 내 빈 몸 빈 마음의
작은 날개들이
푸득대며 날아오르는 청랑한 소리.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밤새워 짠 베틀로는
한 파람의 겨울도 막을 수 없는
귀뚜라미의 허전한 발
걸어가는 발 밑에 눈뜨는
자잘한 이야기들이
진하디 진한 얼룩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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