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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1시집-서울의 천둥에 해당되는 글 71건
글
풍경
淸羅 嚴基昌
찢어진 꽃잎처럼
나비 한 마리
길 가운데 누워
파닥이고 있다.
구둣발 하나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구둣발 둘이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비명을 묻히고 무심히 돌아가는
구둣발
하나
둘
셋......
동양백화점 피뢰침에
죽지를 꿰어 주저앉은 낮달
기침하는 도시를 비추다
골목으로 눈을 돌리면
나비의 문신 가슴에 새긴
내게서만
나비는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나비 한 마리
길 가운데 누워
파닥이고 있다.
구둣발 하나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구둣발 둘이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비명을 묻히고 무심히 돌아가는
구둣발
하나
둘
셋......
동양백화점 피뢰침에
죽지를 꿰어 주저앉은 낮달
기침하는 도시를 비추다
골목으로 눈을 돌리면
나비의 문신 가슴에 새긴
내게서만
나비는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글
섬
淸羅 嚴基昌
박꽃 아래엔
박꽃만한 그늘이 하나 버려져 있다.
어둠의 갈매기들이
눈부시게 하얀 알을 낳는다.
은밀한 세상을
투명하게 벗겨내는 달빛의 바다
외로운 섬 하나 남아
진초록 비밀을 가꾸어 있다.
달빛이 수평으로 파도쳐 온다.
펄렁 젖혀진 기슭에
숨죽여 누워 있는
비밀의 속살이 보인다.
가냘픈 대궁이 위태로운 섬
풀려진 달빛 속에 묻혀 있는 섬
지켜야 할 어둠으로
포만한 배를 끌고 길게 누워 있다.
박꽃만한 그늘이 하나 버려져 있다.
어둠의 갈매기들이
눈부시게 하얀 알을 낳는다.
은밀한 세상을
투명하게 벗겨내는 달빛의 바다
외로운 섬 하나 남아
진초록 비밀을 가꾸어 있다.
달빛이 수평으로 파도쳐 온다.
펄렁 젖혀진 기슭에
숨죽여 누워 있는
비밀의 속살이 보인다.
가냘픈 대궁이 위태로운 섬
풀려진 달빛 속에 묻혀 있는 섬
지켜야 할 어둠으로
포만한 배를 끌고 길게 누워 있다.
글
山水圖
淸羅 嚴基昌
꾀고리 울음소리가
개나리꽃 가지에 불을 붙이고 있다.
햇살이 양각으로 박아 놓은 老翁의 낚시 끝에는
청청한 산그림자가 걸려 있고
누군가 넘어 오라는
아스라한 고갯길 따라
저녁 연기로 골골이 잦아드는
저녁 골안개.
버들강아지 줄기로 서서
조롱조롱 열린 귀에는
온종일 골물 소리만 들려오고
투명하게 벗어 오히려
속 깊은
하늘 한복판에
예닐곱살 소녀의 투정처럼 피어난
맨드라미만한 구름 한 송이
개나리꽃 가지에 불을 붙이고 있다.
햇살이 양각으로 박아 놓은 老翁의 낚시 끝에는
청청한 산그림자가 걸려 있고
누군가 넘어 오라는
아스라한 고갯길 따라
저녁 연기로 골골이 잦아드는
저녁 골안개.
버들강아지 줄기로 서서
조롱조롱 열린 귀에는
온종일 골물 소리만 들려오고
투명하게 벗어 오히려
속 깊은
하늘 한복판에
예닐곱살 소녀의 투정처럼 피어난
맨드라미만한 구름 한 송이
글
후리
淸羅 嚴基昌
한 개의 줄 끝에 걸리는 바다
거대한 뚝심
어잇차. 어잇차.
가는 실을 타고 들어와
내 허망한 마음 받쳐 주는
그대 사랑의 똑딱선 소리.
그물을 던질 때에
빛나며 가라앉는 우리들의 꿈
눈시리게 투명한 바다의 속살
어둠처럼 막막한 바람기를 옭으면
어잇차, 어잇차,
먼 수평 푸른 달빛 아래
바다의 꼬리에서 이는 하이얀 풍랑.
사람들의 마음마다 풍랑이 울면
한 끝씩 접혀가는 바다의 투지
힘주어 딛고 있는 힘줄이 끊어지며
달빛 아래 퍼덕이는 절망의 바다.
어잇차, 어잇차,
지난 겨울 춤추던 폭풍의 칼날이 눕고
몇 사내가 버리고 간 유언이 빛나고
끌려온 바다는
우리들의 발밑에 헐떡이고 있다.
거대한 뚝심
어잇차. 어잇차.
가는 실을 타고 들어와
내 허망한 마음 받쳐 주는
그대 사랑의 똑딱선 소리.
그물을 던질 때에
빛나며 가라앉는 우리들의 꿈
눈시리게 투명한 바다의 속살
어둠처럼 막막한 바람기를 옭으면
어잇차, 어잇차,
먼 수평 푸른 달빛 아래
바다의 꼬리에서 이는 하이얀 풍랑.
사람들의 마음마다 풍랑이 울면
한 끝씩 접혀가는 바다의 투지
힘주어 딛고 있는 힘줄이 끊어지며
달빛 아래 퍼덕이는 절망의 바다.
어잇차, 어잇차,
지난 겨울 춤추던 폭풍의 칼날이 눕고
몇 사내가 버리고 간 유언이 빛나고
끌려온 바다는
우리들의 발밑에 헐떡이고 있다.
*후리 : 강이나 바다에 넓게 둘러친 후에 그물 양쪽에서 여러 사람이 끌줄을 잡아당겨 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
글
山村
淸羅 嚴基昌
少女 하나가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른봄 물기 오른
종아리에
흥건히 배어 오르는 경쾌한 리듬
폴짝
포올짝
뛸 때마다
아지랑이처럼 증발하여
산 그림자 속으로 잠적한다.
애동솔 숲에서 우는
꾀꼬리 울음
안개처럼 날리는 산 벚꽃 잎새
풀숲에서 소녀의 리본이 하나
나풀거리며 나풀거리며
놀 젖은 하늘로 날아간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른봄 물기 오른
종아리에
흥건히 배어 오르는 경쾌한 리듬
폴짝
포올짝
뛸 때마다
아지랑이처럼 증발하여
산 그림자 속으로 잠적한다.
애동솔 숲에서 우는
꾀꼬리 울음
안개처럼 날리는 산 벚꽃 잎새
풀숲에서 소녀의 리본이 하나
나풀거리며 나풀거리며
놀 젖은 하늘로 날아간다.
글
아침 노을
淸羅 嚴基昌
힘센 새들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햇살의 바다로 가고
떠나간 새들이 버리고 간
어둠 뒤에서
작은 새야,
너의 울음 너머로 보는 아침 하늘은
깨어지기 쉬운 평화로구나!
산작약 한 송이
지키고 있는 보랏빛 그늘
별그림자 발 담근 옹달샘에
얼비치는
부리가 노오란 노을
노을……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햇살의 바다로 가고
떠나간 새들이 버리고 간
어둠 뒤에서
작은 새야,
너의 울음 너머로 보는 아침 하늘은
깨어지기 쉬운 평화로구나!
산작약 한 송이
지키고 있는 보랏빛 그늘
별그림자 발 담근 옹달샘에
얼비치는
부리가 노오란 노을
노을……
글
K 화백 화실 풍경
淸羅 嚴基昌
K 화백 화실 문을 연다.
스물세마리 십자매가
일제히 울고
그 밑으로 한 잔의 수돗물,
화백의 귀는
반쯤 먹다 남은 배추 잎사귀
사철나무 뒤로 저무는 어둠을 풀어
몸 속을 치고 지나가는
천둥 소릴 꾸며 놓는다.
아련한 산 그림자가
쉽게 서지 않는 도화지 위엔
떠오를 듯 떠오를 듯
가라앉는
곡선이 하나
아삼한 봄 하늘의 살 밑으로 배어 들고....
한 잔의 수돗물
계곡으로 돌 돌
연두빛 생명 굴리는 십자매 울음
그 울음 소리로도
일어서지 않는
산……
스물세마리 십자매가
일제히 울고
그 밑으로 한 잔의 수돗물,
화백의 귀는
반쯤 먹다 남은 배추 잎사귀
사철나무 뒤로 저무는 어둠을 풀어
몸 속을 치고 지나가는
천둥 소릴 꾸며 놓는다.
아련한 산 그림자가
쉽게 서지 않는 도화지 위엔
떠오를 듯 떠오를 듯
가라앉는
곡선이 하나
아삼한 봄 하늘의 살 밑으로 배어 들고....
한 잔의 수돗물
계곡으로 돌 돌
연두빛 생명 굴리는 십자매 울음
그 울음 소리로도
일어서지 않는
산……
글
아침 바다
淸羅 嚴基昌
하얀 돛단배가
아침의 건반을 두드리며 지나간다.
파도에 몸을 던지고
잊었던 리듬을 생각하는 갈매기.
쾌적한 바람이 햇살 층층을 탄주한다.
미역 숲에서 멸치 떼들이
오선의 층계를 올라간다.
갈매기 노란 부리가
번득이는 가락을 줍고 있다.
밤내 뒤척이던
허전한 어둠의 꿈밭
소라껍질이 휘파람 불며
모래알 손뼉을 쳐 뿌리고 있다.
얼비친 하늘의 푸른 물살을 타는
갈매기 눈알에
잊었던 리듬이 내려앉는다.
하늘 속의 빛이랑이 내려앉는다.
아침의 건반을 두드리며 지나간다.
파도에 몸을 던지고
잊었던 리듬을 생각하는 갈매기.
쾌적한 바람이 햇살 층층을 탄주한다.
미역 숲에서 멸치 떼들이
오선의 층계를 올라간다.
갈매기 노란 부리가
번득이는 가락을 줍고 있다.
밤내 뒤척이던
허전한 어둠의 꿈밭
소라껍질이 휘파람 불며
모래알 손뼉을 쳐 뿌리고 있다.
얼비친 하늘의 푸른 물살을 타는
갈매기 눈알에
잊었던 리듬이 내려앉는다.
하늘 속의 빛이랑이 내려앉는다.
글
낚시터에서
淸羅 嚴基昌
江心에 줄을 던지고 호흡을 멈춘다.
원래 거기 있었던 듯
하늘과 산과 강물로 숨쉬는
하나의 바위가 되기 위해서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세월에
발구르지 않고
강바람에 눈 귀 닦으며
파란 물소리에 마음을 빨면
빈 바구니에
달빛만 가득 채워도
세상을 늘 사랑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아 평화로운 찌 위엔
구름 한 송이 피어 있고
욕심 없이 뻗어간 줄 끝에
걸려 있는 산
걸려 있는 하늘……
원래 거기 있었던 듯
하늘과 산과 강물로 숨쉬는
하나의 바위가 되기 위해서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세월에
발구르지 않고
강바람에 눈 귀 닦으며
파란 물소리에 마음을 빨면
빈 바구니에
달빛만 가득 채워도
세상을 늘 사랑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아 평화로운 찌 위엔
구름 한 송이 피어 있고
욕심 없이 뻗어간 줄 끝에
걸려 있는 산
걸려 있는 하늘……
글
어촌
淸羅 嚴基昌
바다의 노래를 실러
배들이 떠나갔다.
마을은 텅 빈 공간 속에 누워 있다.
물비늘 번득이는 바다의 자유
동풍에 자유가 범람하고
아낙들의 빈 가슴이 까치집처럼 열려 있었다.
그대 돛대 끝이 휘저어 놓는 하늘
하얀 갈매기가 투시의 눈을 반짝이며
소리개처럼 돌아가는 날개 밑으로
마을은 이제 허청허청 일어나
두런두런 돌소리를 내고 있었다.
시계탑이 위잉위잉 울고 있었다.
배보다 먼저 돌아온 바다의 노래들이
뒤집히는 파도 위에서 하얀 몸체를 드러내고
마을의 한 끝을 치고 있었다.
아낙들의 가슴 속으로 춤추며 춤추며 스며들고 있었다.
배들이 떠나갔다.
마을은 텅 빈 공간 속에 누워 있다.
물비늘 번득이는 바다의 자유
동풍에 자유가 범람하고
아낙들의 빈 가슴이 까치집처럼 열려 있었다.
그대 돛대 끝이 휘저어 놓는 하늘
하얀 갈매기가 투시의 눈을 반짝이며
소리개처럼 돌아가는 날개 밑으로
마을은 이제 허청허청 일어나
두런두런 돌소리를 내고 있었다.
시계탑이 위잉위잉 울고 있었다.
배보다 먼저 돌아온 바다의 노래들이
뒤집히는 파도 위에서 하얀 몸체를 드러내고
마을의 한 끝을 치고 있었다.
아낙들의 가슴 속으로 춤추며 춤추며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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