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시/제3시집-춤바위 2007. 3. 10. 21:45

독도


淸羅 嚴基昌
외로움도 깊어지면 담청 빛
눈물로 고여
속울음 가슴앓이 뼈만 남은 팔뚝에

동풍에 넋을 갈아 깃발로 세운
엄마엄마 울던 아이 풍랑이 혼자 키운

국토의
막내야
해당화 한 송이도 못 피우는 작은 가슴에
무에 그리 한없이 담은 게 많아

오늘도 눈 부릅뜨고
잠 못 이루나
posted by 청라

산나리꽃 당신

시/제3시집-춤바위 2007. 3. 10. 21:43

산나리꽃 당신

 
淸羅 嚴基昌
아내의 마음은
산나리 꽃빛이다.
한 줄기 가녀린 몸 위에
햇살 웃음 피워 놓고
언제나 집안을 환하게 밝혀주는.


아내의 눈동자는
하늘 담은 옹달샘이다.
때로는 내 마음에 티끌 일어나면
꽃구름으로 피어나서
따뜻하게 감싸주는.


아내여
당신은 내 일상(日常)의 숲을 지켜주는
키 큰 산나리 꽃이다.


하루 종일 동동거리는
당신의 발걸음을 보며
다시 태어나도 당신 곁에 서서
거센 바람 막아주는 나무이고 싶다.

posted by 청라

향일암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07. 3. 9. 22:53

향일함(向日庵)에서

淸羅 嚴基昌
절 마당은
무량(無量)의 바다로 이어지고

무어라고 지껄이는 갈매기 소리
알아들을 수가 없다.

바다를 지우며 달려온 눈보라가
기와지붕을 지우고
탑을 지우고

목탁(木鐸)소리마저 지운다.

지워져서 더욱 빛나는
관음상 입가의 미소처럼

나도 눈보라에 녹아서
돌로 나무로 바람으로 지워지면
갈매기 소리 알아듣는 귀가 열릴까.

겨울 바다는 비어서 깨끗하다.
비어서 버릴 것이 없다.

시학과 시창간호(2019년 봄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