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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귀향
淸羅
嚴基昌
잊지 않았는데
한 번 오기 어렵더이다.
회재 마루에 올라서자
고향의 나무들이 만 개의 손을 흔들고
옛집 앞 복사꽃 가지마다
점화하는
호들갑스런 산까치 소리.
황금빛 석양이 머리칼 풀어헤친
산비듬나무 아래 내 여울엔
대전서부터 따라온 낮달이 목욕하고 있다
모자를 벗으며
허리 굽히고 바라보면
말끔히 씻긴 달처럼 내가 서 있고
돌아온 내 손이 빈손이라
친구야
흙묻은 네 손을 맞잡을 수 있다.
한 번 오기 어렵더이다.
회재 마루에 올라서자
고향의 나무들이 만 개의 손을 흔들고
옛집 앞 복사꽃 가지마다
점화하는
호들갑스런 산까치 소리.
황금빛 석양이 머리칼 풀어헤친
산비듬나무 아래 내 여울엔
대전서부터 따라온 낮달이 목욕하고 있다
모자를 벗으며
허리 굽히고 바라보면
말끔히 씻긴 달처럼 내가 서 있고
돌아온 내 손이 빈손이라
친구야
흙묻은 네 손을 맞잡을 수 있다.
글
‘꽃님이’ 식당에서
淸羅
嚴基昌
햇살은 그냥 햇살인데
닿는 살갗마다 환한 아우성으로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인가
엊그제 중앙로
사람들 사이에서 깊어가던 외로움이
광막한 대청호 눈빛에 녹아드는 까닭은 무엇인가
반짝이는 물결마다
물빝에 묻는 이야기가 살아나고
어느 골짜기 무슨 새소리가 청청한 정신으로 녹아 있기에
가슴에 품은 철새들 죽지마다
말간 하늘이 내려와 있다.
구름 띄워 마시는 술 한 잔 취기에
아픔은 모두 버리고 가려 하느니
내일아침 몇 가지 화학 약품에 섞여
다시 내 심장 속으로 들어온다 해도
아, 아, 물밑에서 어둠인 채로
하늘의 마음 손짓하는 삼 그림자여
버릴 것은 모두 버리고 가려 하느니
아득한 세월의 공간을 응시하며
서로 손잡고 초록빛 노래 교환하는 나무들 사이
나도 잠시 나무로 서 있다가
저녁별로 눈뜨는
청청한 저 목소리 담아 가려 하느니
닿는 살갗마다 환한 아우성으로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인가
엊그제 중앙로
사람들 사이에서 깊어가던 외로움이
광막한 대청호 눈빛에 녹아드는 까닭은 무엇인가
반짝이는 물결마다
물빝에 묻는 이야기가 살아나고
어느 골짜기 무슨 새소리가 청청한 정신으로 녹아 있기에
가슴에 품은 철새들 죽지마다
말간 하늘이 내려와 있다.
구름 띄워 마시는 술 한 잔 취기에
아픔은 모두 버리고 가려 하느니
내일아침 몇 가지 화학 약품에 섞여
다시 내 심장 속으로 들어온다 해도
아, 아, 물밑에서 어둠인 채로
하늘의 마음 손짓하는 삼 그림자여
버릴 것은 모두 버리고 가려 하느니
아득한 세월의 공간을 응시하며
서로 손잡고 초록빛 노래 교환하는 나무들 사이
나도 잠시 나무로 서 있다가
저녁별로 눈뜨는
청청한 저 목소리 담아 가려 하느니
글
금강
淸羅
嚴基昌
하늘의 맑은 마음 한 자락
내려와 손을 씻는 비단가람
물빛 속에는
어릴 때 잃어버린 내 따오기 소리
밤마다 빈집 밝혀 지켜주던
달빛의 눈물이 녹아 있다.
정다운 물들이 어깨동무하고
줄지어 도란도란 흐르고 있기에
인정도 맑아져 구천동 물소리처럼 반짝이며 살아나는
여울에 귀를 담그면
삼베치마 덮고 초록빛 꿈꾸던
어머니 젖내같은 물이여,
담 너머로 떡사발 주고 받던
내 이웃 같은 물이여
오래 보지 않아도
그 노래 그 물빛 마음에 젖어
눈감으면 나직이 우는 가람이여
내려와 손을 씻는 비단가람
물빛 속에는
어릴 때 잃어버린 내 따오기 소리
밤마다 빈집 밝혀 지켜주던
달빛의 눈물이 녹아 있다.
정다운 물들이 어깨동무하고
줄지어 도란도란 흐르고 있기에
인정도 맑아져 구천동 물소리처럼 반짝이며 살아나는
여울에 귀를 담그면
삼베치마 덮고 초록빛 꿈꾸던
어머니 젖내같은 물이여,
담 너머로 떡사발 주고 받던
내 이웃 같은 물이여
오래 보지 않아도
그 노래 그 물빛 마음에 젖어
눈감으면 나직이 우는 가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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