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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얼룩
淸羅 嚴基昌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러기 한 마리
그리고 지나가는 하얀 금 위에
그리운 자장가 소리 철렁대며 걸리고
천 가닥 넘어 쏟아지는 달빛 이랑
이제는 아무도 올 수 없는 길로
어릴 때 내 빈 몸 빈 마음의
작은 날개들이
푸득대며 날아오르는 청랑한 소리.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밤새워 짠 베틀로는
한 파람의 겨울도 막을 수 없는
귀뚜라미의 허전한 발
걸어가는 발 밑에 눈뜨는
자잘한 이야기들이
진하디 진한 얼룩으로 남는다.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러기 한 마리
그리고 지나가는 하얀 금 위에
그리운 자장가 소리 철렁대며 걸리고
천 가닥 넘어 쏟아지는 달빛 이랑
이제는 아무도 올 수 없는 길로
어릴 때 내 빈 몸 빈 마음의
작은 날개들이
푸득대며 날아오르는 청랑한 소리.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밤새워 짠 베틀로는
한 파람의 겨울도 막을 수 없는
귀뚜라미의 허전한 발
걸어가는 발 밑에 눈뜨는
자잘한 이야기들이
진하디 진한 얼룩으로 남는다.
글
풍경
淸羅 嚴基昌
찢어진 꽃잎처럼
나비 한 마리
길 가운데 누워
파닥이고 있다.
구둣발 하나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구둣발 둘이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비명을 묻히고 무심히 돌아가는
구둣발
하나
둘
셋......
동양백화점 피뢰침에
죽지를 꿰어 주저앉은 낮달
기침하는 도시를 비추다
골목으로 눈을 돌리면
나비의 문신 가슴에 새긴
내게서만
나비는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나비 한 마리
길 가운데 누워
파닥이고 있다.
구둣발 하나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구둣발 둘이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비명을 묻히고 무심히 돌아가는
구둣발
하나
둘
셋......
동양백화점 피뢰침에
죽지를 꿰어 주저앉은 낮달
기침하는 도시를 비추다
골목으로 눈을 돌리면
나비의 문신 가슴에 새긴
내게서만
나비는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글
섬
淸羅 嚴基昌
박꽃 아래엔
박꽃만한 그늘이 하나 버려져 있다.
어둠의 갈매기들이
눈부시게 하얀 알을 낳는다.
은밀한 세상을
투명하게 벗겨내는 달빛의 바다
외로운 섬 하나 남아
진초록 비밀을 가꾸어 있다.
달빛이 수평으로 파도쳐 온다.
펄렁 젖혀진 기슭에
숨죽여 누워 있는
비밀의 속살이 보인다.
가냘픈 대궁이 위태로운 섬
풀려진 달빛 속에 묻혀 있는 섬
지켜야 할 어둠으로
포만한 배를 끌고 길게 누워 있다.
박꽃만한 그늘이 하나 버려져 있다.
어둠의 갈매기들이
눈부시게 하얀 알을 낳는다.
은밀한 세상을
투명하게 벗겨내는 달빛의 바다
외로운 섬 하나 남아
진초록 비밀을 가꾸어 있다.
달빛이 수평으로 파도쳐 온다.
펄렁 젖혀진 기슭에
숨죽여 누워 있는
비밀의 속살이 보인다.
가냘픈 대궁이 위태로운 섬
풀려진 달빛 속에 묻혀 있는 섬
지켜야 할 어둠으로
포만한 배를 끌고 길게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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