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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주해협
淸羅 嚴基昌
섬들의 발꿈치를 벗어나자
바다는 막막하게 지워져버린다.
북빙양을 돌아온 흰 말떼들도
보이지 않는다.
푸른 물살에 담긴 하늘의 음성 속으로
발자욱을 찍으려 하루내내 오르내리던
갈매기 노래소리도 보이지 않는다.
소금기 서걱이는 검은 바람에 쫓겨
사람들은
좁은 선실 속으로 숨어들고
하늘과 맞닿은 광막한 여백
멈춘 시간 속에 나는
홀로 서 있다.
먼 섬 기도로 반짝이는 불빛이여!
가보지 목한 곳의 따스한 이야기들이
불빛을 통해 건너오니
어둠은 나를 지우지 못했구나
텅 빈 공간 속에 말간 공기로
허허로운 어둠으로 녹아들지 못했구나
저녁에 마신 한잔의 소주 열기로
몽롱히 가라앉는 人事의 그림자
검은 장막을 접고 배는 달리고
새벽이 오면
댓순처럼 청청히 일어설 바다의 음악처럼
나의 무릉도원은 짜릿하게 가까워온다.
바다는 막막하게 지워져버린다.
북빙양을 돌아온 흰 말떼들도
보이지 않는다.
푸른 물살에 담긴 하늘의 음성 속으로
발자욱을 찍으려 하루내내 오르내리던
갈매기 노래소리도 보이지 않는다.
소금기 서걱이는 검은 바람에 쫓겨
사람들은
좁은 선실 속으로 숨어들고
하늘과 맞닿은 광막한 여백
멈춘 시간 속에 나는
홀로 서 있다.
먼 섬 기도로 반짝이는 불빛이여!
가보지 목한 곳의 따스한 이야기들이
불빛을 통해 건너오니
어둠은 나를 지우지 못했구나
텅 빈 공간 속에 말간 공기로
허허로운 어둠으로 녹아들지 못했구나
저녁에 마신 한잔의 소주 열기로
몽롱히 가라앉는 人事의 그림자
검은 장막을 접고 배는 달리고
새벽이 오면
댓순처럼 청청히 일어설 바다의 음악처럼
나의 무릉도원은 짜릿하게 가까워온다.
글
얼룩
淸羅 嚴基昌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러기 한 마리
그리고 지나가는 하얀 금 위에
그리운 자장가 소리 철렁대며 걸리고
천 가닥 넘어 쏟아지는 달빛 이랑
이제는 아무도 올 수 없는 길로
어릴 때 내 빈 몸 빈 마음의
작은 날개들이
푸득대며 날아오르는 청랑한 소리.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밤새워 짠 베틀로는
한 파람의 겨울도 막을 수 없는
귀뚜라미의 허전한 발
걸어가는 발 밑에 눈뜨는
자잘한 이야기들이
진하디 진한 얼룩으로 남는다.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러기 한 마리
그리고 지나가는 하얀 금 위에
그리운 자장가 소리 철렁대며 걸리고
천 가닥 넘어 쏟아지는 달빛 이랑
이제는 아무도 올 수 없는 길로
어릴 때 내 빈 몸 빈 마음의
작은 날개들이
푸득대며 날아오르는 청랑한 소리.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밤새워 짠 베틀로는
한 파람의 겨울도 막을 수 없는
귀뚜라미의 허전한 발
걸어가는 발 밑에 눈뜨는
자잘한 이야기들이
진하디 진한 얼룩으로 남는다.
글
풍경
淸羅 嚴基昌
찢어진 꽃잎처럼
나비 한 마리
길 가운데 누워
파닥이고 있다.
구둣발 하나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구둣발 둘이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비명을 묻히고 무심히 돌아가는
구둣발
하나
둘
셋......
동양백화점 피뢰침에
죽지를 꿰어 주저앉은 낮달
기침하는 도시를 비추다
골목으로 눈을 돌리면
나비의 문신 가슴에 새긴
내게서만
나비는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나비 한 마리
길 가운데 누워
파닥이고 있다.
구둣발 하나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구둣발 둘이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비명을 묻히고 무심히 돌아가는
구둣발
하나
둘
셋......
동양백화점 피뢰침에
죽지를 꿰어 주저앉은 낮달
기침하는 도시를 비추다
골목으로 눈을 돌리면
나비의 문신 가슴에 새긴
내게서만
나비는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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