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법칙

 

사람은 태어나는 날

누구나 다 슬픔도 예약 받지만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위하여

미리 슬퍼할 필요는 없다.

멀리 떨어진 슬픔을 마중 나가

조급하게 아파하다가

익기도 전에 떨어질 필요는 없다.

아직 오지 않은 아픔을

미리 아파하지 말자.

아직 오지 않은 슬픔을

미리 슬퍼하지 말자.

오늘의 작은 행복도 가꾸고 즐기면서

남은 햇살에 느긋하게 익어가자.

 

2019. 10. 25

posted by 청라

호수

호수

 

물안개

돌개바람

못 말리는 개구쟁이

 

앞산을

간질이다

싫증 난 저 심술이

 

잠자던

물새 몇 마리

토해내고 있구나.

 

posted by 청라

삼십 년만 함께 가자

 

아내의 오른쪽 뇌가

휑해진 사진을 보고는

입만 떡 벌리고 있다가

 

이래서는 안 되지

 

다음날 새벽부터

견과류 찾아 먹이고

오메가 쓰리 먹이고

 

아침식사 후엔

아리셉트, 글라이티린

챙겨주고

 

침대 이불은

아내 쪽 머리 부분

구김이 안 가도록 잘 펴놓는다.

 

아내야!

이대로 삼십 년만 지금같이 가자.

 

잃은 것은

잃은 것대로 그냥 놓아두고

이대로 삼십 년만 지금같이 가자.

 

비오는 저녁에도

아내의 손을 끌고 유등천변을 걸으며

, , 부처님, 십자가 안 가리고

어디나 고갤 숙이는 버릇이 생겼다.

 

 

2019. 10. 19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