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가을비

 

새벽 닭 울기 전에

가을비야 그치거라.

전화 벨 울릴까봐

가슴은 조마조마

 

동해로 가자는 약속

미루자면 어쩌리.

 

2019. 9. 2

posted by 청라

시 주정酒酊

시 주정酒酊

 

달밤에 꽃 그림자

술잔을 기울이다

취흥에 두견처럼

시 주정酒酊을 하여보네.

시재詩才야 시선詩仙을 따를까

멋진 흉내만 내어보네.

 

술기운에 뿌린 시가

내년 봄에 꽃피울까

누군가 술에 취해

내 시를 읊조릴까

이생에 큰 욕심 없지만

시 몇 수는 남기고 싶네.

 

2019. 8. 31

posted by 청라

사하촌寺下村

사하촌寺下村

 

목탁소리 몇 소절이 마을을 쓸고 간 후

개 망초 피어나듯 골목마다 맑은 웃음

내 고향 절 아래 마을 흰 구름 모이는 곳

 

가끔은 석가불님 미소가 떠내려 와

어두운 처마 끝에 등불로 피던 마을

떡 사발 주고받던 담 풀꽃처럼 환한 인정

 

진달래 망울 트면 날 부르러 오던 남풍

아버님 한숨으로 영 못 넘던 회재 고개

풀 향기 등 떠밀어서 넘어오던 인생 고개

 

말리며 보내는 마음 사랑보다 진하더라.

어머님 비는 손에 달빛이 휘감겨서

앞산이 따라다니며 모진 바람 막아줬지.

 

소년은 흙 빛 잃고 시간 속을 왔건마는

무심코 흘리고 온 열병 같은 사랑 하나

죽어도 버리지 못할 젖 내 같은 고향 하나

 

 

2019. 8. 28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