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시/제3시집-춤바위 2014. 6. 27. 21:28

스타킹

 

 

은밀한 바위 틈

뱀이 벗어놓은

긴 허물 하나,

 

올해는

오는 걸 잊었는가!

밤이면 별빛 새는

꾀꼬리 집에

 

발 벗어 못 오면

신고 오라는

별빛 뽑아 짜놓은

스타킹 하나.

 

2014. 6. 27

posted by 청라

시/제3시집-춤바위 2014. 6. 10. 20:18

 

걷다 보면 길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네.

 

돌아보면 나의 길은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었어.

 

예쁜 꽃들이 언제나

건강하게 웃어주었고

 

상큼한 바람들이

내가 뿌려주는 물 더 촉촉하게 적셔 주었지.

 

씨 뿌리고 거름 주는 일

신나는 일이었네.

 

나무들이 자라서 숲을 이루고

어두운 세상

한 등 한 등 밝히는 일 신나는 일이었네.

 

내 길이 끝나는 곳에 솔뫼가 있고

솔 꽃들아!

너희들의 향기 속에서 닻을 내리니 행복하구나.

 

다시 태어나도 나는

이 길을 걷고 싶네.

 

때로는 바람 불고 눈보라도 날렸지만

이 길은 내게 천상의 길이었네.

 

2014. 5. 22

  

posted by 청라

생명의 선

시/제3시집-춤바위 2014. 5. 27. 18:59

생명의 선

 

 

고속도로에서

신나게 달리는 콧노래 속으로

잠자리 한 마리 날아든다.

 

저리가저리가저리가저리가저리가저리가저리가저리가

 

내 비명에 부딪혀 추락하는

작은 몸뚱아리

 

도망가도 도망가도

유리창에 붙어 따라오는

잠자리의 단말마

 

유월의 초록빛 산하가

피에 젖는다.

내가 끊어놓은 생명의 선이

바람도 없는데 위잉 위잉 울고 있다.

 

 

2014. 5. 27

posted by 청라

사랑싸움

시/제3시집-춤바위 2014. 5. 20. 23:02

사랑싸움

 

 

사랑싸움에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이 진다.

 

아내와의 싸움엔

내가 늘 진다.

 

싸움도 꽃이라면

우리 화원엔

지는 꽃 빛깔이 더 찬란하다.

 

 

2014. 5. 20

posted by 청라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시/제3시집-춤바위 2014. 4. 19. 08:54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심청이 인당수에서

꽃으로 지듯

세월호에 갇힌 넋들 꽃비 오듯 지던 날은

 

심 봉사 온몸으로 울던

몸부림처럼

바다도 하루 종일 웅얼거렸다.

 

소금보다 짠 사람들의 눈물을 모아

자다가 소스라쳐 울부짖는

애비 에미의 아픔을 모아

용왕님께 빈다면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한 송이씩 해말간 얼굴들

“엄마” 부르며 피어나서

 

진도 옆 온 바다가

온통 연꽃으로 물들어 출렁였으면 좋겠네.

 

오늘 아침  대한 사람들 모두

심 봉사 눈 번쩍 뜨고

손뼉 치며 일어나듯

 

“와!!!!!!!”

하는 함성으로 강산이 무너졌으면 좋겠네.

 

 

2014. 4. 18

posted by 청라

세월 속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14. 4. 17. 13:04

 

세월 속에서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세월 가는 걸

잊다가

 

내 신발 신발장 밖으로

밀려나는 줄도 몰랐네.

 

 

2014. 4. 17

posted by 청라

독도

시낭송 2014. 4. 16. 14:21

 

 

posted by 청라

민들레 편지

시/제3시집-춤바위 2014. 3. 26. 14:49

민들레 편지

 

오늘 밤 띄워 보내는

홀씨 한 올엔

전화로 드릴 수 없는

내 사랑 진액만 담았습니다.

 

달빛 파도 타고

날고 날아서

두견새 각혈처럼

그대 창문 두드릴까요?

 

밤새 뒤척이는

그대의 꿈밭 머리에

어둠 깎아 빛을 세우는

까치 소리 한 소절 싹틔우고 싶어

 

지난겨울 눈보라에

씻고 씻어서

남모르는 담 밑에서

몰래 키운 마음 한 포기

 

뿌리 떼고 줄기 떼고

향기마저 걸러내고

꽃 중에도 가장 간절한

심장만 보냈습니다.

 

2014. 3. 26

 

 

posted by 청라

독도

시조 2014. 3. 13. 10:10

독도

 

그리움의 높이만큼 해당화 꽃 하나 켜고

피멍울 속울음을 파도에 갈고 갈아

대양의 폭풍우 향해 질긴 날을 세운다.

 

먼 수평 하늘가에 흰 돛 한 폭 나부끼면

설렘을 먼저 알고 날아오르는 갈매기 떼

사랑은 사치이로세. 마음 다시 다잡는 섬.

 

2014. 3. 13

posted by 청라

황사黃砂

시조 2014. 3. 2. 09:46

황사黃砂

 

 

제주에서 날아올라 청주 공항 오며 보니

바다도 산도 마을도 황사에 잠겨 있다.

봄 물기 오른 산하가 딸꾹질을 하고 있다.

 

옛날부터 찾아오던 봄 불청객 고비 황사

대륙의 몸부림에 독기까지 배어 있다.

뻐꾹새 울다 목메어 자지러진 회색 빛 숲.

 

집집마다 창 내리고 앞산도 멀어지고

비질 된 골목처럼 비어가는 반도의 거리

일찍 핀 나뭇잎들만 분 바르고 서 있다.

 

차 한 대 없던 옛날도 편서풍 따라 봄에

서해 건넌 모래 먼지 송화처럼 내렸는데

증명할 방법 있냐고? 후안무치한 놈들!

 

 

2014. 2. 2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