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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청명淸明 아침
종달새 노래마다
연초록 피어난다
두릅을 따지 마라
봄 향기 좀 더 맡자
간밤에
성긴 비 왔으니
성묘나 하러 가리라
글
노을
나비만 나풀대도
휘어지는
시간의 줄
수많은 인연들을
연처럼
걸어놓고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빨갛게 타는 노을
글
꽃으로 피고 싶다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세상을 환하게 한다
쓰르라미 울음으로 저물어가는
여름의 황혼 무렵
지다 만 능소화 가지 끝에 피어난
저 진 주황빛 간절한 말 한 마디
바람의 골짜기에
향기로운 웃음을 전하면서
너는
사랑을 잃은 친구의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해준다
보라
깨어진 사금파리처럼
남의 살 찢으려고 털을 세우는 것들
널린 세상에
벌 나비처럼 연약한 사람들을 감싸 안고
젖을 물리듯 자장가 불러 주는
세상의 어머니여!
내생에서는 잠시라도
너처럼
한 송이 꽃으로 피고 싶다
글
연서戀書
살짝 만 돌아보오.
한여름 무더위를
후루룩 씻고 지나가는
소나기를 닮은 사람
살포시
웃는 모습이
가을 달을 닮은 사람
글
낙화3
쓸지 마라
세월이다
시들어도
향내 품은
뻐꾸기 산울림이 새겨놓은 빗살무늬
흙발에
짓밟혔어도
지워질 수 없는 역사
글
사랑
당신의 웃음소리
삽으로 떠내어서
이른 봄 내 가슴에
꽃모종 하였더니
당신이
보고싶을 때
한 송이씩 피어나네
글
개망초에게
모였다
소리쳤다
맑은 뜻 하얀 함성
나리꽃 달맞이도
죽은 듯 숨어있다
뭉쳐서 뻗어가는 힘
온세상을 밝힌다
글
도라지꽃
아버지 웃음 속엔 눈물이 숨어있다
장마가 길던 그 해 둘째 형 잃은 새벽
내 등을 두드려주며 살짝 던져 주던 미소
거적에 둘둘 말아 지게에 얹어 산에 갈 때
아버지 속울음이 걸음마다 싹을 틔워
하이얀 도라지꽃으로 슬픈 웃음 피었다
글
어머니의 추석
그 해 태풍으로 과일 농사 망치고서
뚝 딴 열나흘 달 치마 폭에 감추면서
내일은 차례 상에다 이거라도 놓아야지
글
해돋이를 보며
솟구치는 저 열정을
그믐으로 벼리다가
애모愛慕의 용솟음
누를 수 없는 새벽
환희여, 그 큰 함성으로
누구에게 가느냐
보내고 이는 한숨을
잔물결로 식혀가며
실연失戀의 빈 가슴에
해당화를 피우면서
세월은 날개 달아도
변함없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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