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조/제3시조집 2022. 8. 19. 21:18

사랑

 

 

당신의 웃음소리

삽으로 떠내어서

 

이른 봄 내 가슴에

꽃모종 하였더니

 

당신이

보고싶을 때

한 송이씩 피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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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에게

시조/제3시조집 2022. 8. 19. 18:52

개망초에게

 

 

모였다

소리쳤다

맑은 뜻 하얀 함성

 

나리꽃 달맞이도

죽은 듯 숨어있다

 

뭉쳐서 뻗어가는 힘

온세상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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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시조/제3시조집 2022. 8. 19. 14:59

도라지꽃

 

 

아버지 웃음 속엔 눈물이 숨어있다

장마가 길던 그 해 둘째 형 잃은 새벽

내 등을 두드려주며 살짝 던져 주던 미소

 

거적에 둘둘 말아 지게에 얹어 산에 갈 때

아버지 속울음이 걸음마다 싹을 틔워

하이얀 도라지꽃으로 슬픈 웃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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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추석

시조/제3시조집 2022. 8. 15. 08:54

어머니의 추석

 

 

그 해 태풍으로 과일 농사 망치고서

뚝 딴 열나흘 달 치마 폭에 감추면서

내일은 차례 상에다 이거라도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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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를 보며

시조/제3시조집 2022. 8. 13. 19:36

해돋이를 보며

 

 

솟구치는 저 열정을

그믐으로 벼리다가

 

애모愛慕의 용솟음

누를 수 없는 새벽

 

환희여, 그 큰 함성으로

누구에게 가느냐

 

보내고 이는 한숨을

잔물결로 식혀가며

 

실연失戀의 빈 가슴에

해당화를 피우면서

 

세월은 날개 달아도

변함없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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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달밤

시조/제3시조집 2022. 8. 12. 19:02

가을 달밤

 

 

귀뚜라미 노랫소리

달빛에 알알이 꿰어

목거리 걸어준다

반짝반짝 빛이 나네

입가에 미소 한 송이

커피향이 흐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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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그리운 이름

시조/제3시조집 2022. 8. 11. 10:00

제일 그리운 이름

 

 

고향이다 장다리꽃

개구리 울음 아롱대는

 

단발머리 누님이다

치마로 코 닦아주던

 

달빛에

화석이 되어

자식 빌던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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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

시조/제3시조집 2022. 8. 9. 10:55

개떡

 

 

개구리 소리 체로 쳐서

보릿겨 반죽하고

별들을 솜솜 뿌려

반짝반짝 맛을 내서

어머니

제사상에다

별미라고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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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허물

시조/제3시조집 2022. 8. 6. 08:47

매미 허물

 

 

누군가 속마음을

벗어놓고 떠난 자리

 

화장 지운 여자처럼

창백한 낮달처럼

 

뜨겁게

불사르고 간

그 여름의 시든 노래

 

 

posted by 청라

바다와 함께 춤을

바다와 함께 춤을

 

 

온 세상 한 바퀴 돌아

사나이 할 일 다 마치고 돌아와선

그래도 바다가 못 잊어 하면

조선소造船所가 환히 보이는 거제도 바닷가에

작은 집 짓고

바다랑 도란도란 얘기나 하며 살겠네.

 

심심하면 가끔 조선소造船所에 가서

큰 배 만드는 거나 보면서

그 배 커다란 몸을 이끌고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이나 보면서

낮은 돌담에 장미 대신 해당화를 올리고

바다랑 지난 세월 사랑 얘기나 하며 살겠네.

 

저녁에 인생처럼 황혼이 깔리는

바다에 취해

막걸리 몇 잔 마시고 바다를 살며시 안아주면

, 어린 곤충처럼

파르르 몸을 떠는 바다

내 몸 깊은 곳에 알을 낳는 바다.

 

먼 수평선에 운명처럼 달이 떠오르면

은빛 물결이 되리라

바다와 한 몸이 되어 춤을 추리라.

아픔도 서러움도 달빛으로 씻어

온 바다 흥타령으로 푸르게 일어서게

플라멩코 춤보다 더 격정激情적인 춤을 추리라.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