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를 보며

시조/제3시조집 2022. 8. 13. 19:36

해돋이를 보며

 

 

솟구치는 저 열정을

그믐으로 벼리다가

 

애모愛慕의 용솟음

누를 수 없는 새벽

 

환희여, 그 큰 함성으로

누구에게 가느냐

 

보내고 이는 한숨을

잔물결로 식혀가며

 

실연失戀의 빈 가슴에

해당화를 피우면서

 

세월은 날개 달아도

변함없는 내 사랑

posted by 청라

가을 달밤

시조/제3시조집 2022. 8. 12. 19:02

가을 달밤

 

 

귀뚜라미 노랫소리

달빛에 알알이 꿰어

목거리 걸어준다

반짝반짝 빛이 나네

입가에 미소 한 송이

커피향이 흐르는 밤

posted by 청라

제일 그리운 이름

시조/제3시조집 2022. 8. 11. 10:00

제일 그리운 이름

 

 

고향이다 장다리꽃

개구리 울음 아롱대는

 

단발머리 누님이다

치마로 코 닦아주던

 

달빛에

화석이 되어

자식 빌던 어머니다

 

 

posted by 청라

개떡

시조/제3시조집 2022. 8. 9. 10:55

개떡

 

 

개구리 소리 체로 쳐서

보릿겨 반죽하고

별들을 솜솜 뿌려

반짝반짝 맛을 내서

어머니

제사상에다

별미라고 놓는다

 

posted by 청라

매미 허물

시조/제3시조집 2022. 8. 6. 08:47

매미 허물

 

 

누군가 속마음을

벗어놓고 떠난 자리

 

화장 지운 여자처럼

창백한 낮달처럼

 

뜨겁게

불사르고 간

그 여름의 시든 노래

 

 

posted by 청라

바다와 함께 춤을

바다와 함께 춤을

 

 

온 세상 한 바퀴 돌아

사나이 할 일 다 마치고 돌아와선

그래도 바다가 못 잊어 하면

조선소造船所가 환히 보이는 거제도 바닷가에

작은 집 짓고

바다랑 도란도란 얘기나 하며 살겠네.

 

심심하면 가끔 조선소造船所에 가서

큰 배 만드는 거나 보면서

그 배 커다란 몸을 이끌고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이나 보면서

낮은 돌담에 장미 대신 해당화를 올리고

바다랑 지난 세월 사랑 얘기나 하며 살겠네.

 

저녁에 인생처럼 황혼이 깔리는

바다에 취해

막걸리 몇 잔 마시고 바다를 살며시 안아주면

, 어린 곤충처럼

파르르 몸을 떠는 바다

내 몸 깊은 곳에 알을 낳는 바다.

 

먼 수평선에 운명처럼 달이 떠오르면

은빛 물결이 되리라

바다와 한 몸이 되어 춤을 추리라.

아픔도 서러움도 달빛으로 씻어

온 바다 흥타령으로 푸르게 일어서게

플라멩코 춤보다 더 격정激情적인 춤을 추리라.

 

 

posted by 청라

덕봉산에 올라서

덕봉산에 올라서

 

 

바다 곁에 오래 살았다고

모두 바다의 친구라고 할까

 

덕봉산에 오르면

마음의 때를 씻고 또 씻어 주는

천 년의 파도 소리

 

미움이 녹고 사랑도 녹고

내 몸이 물빛으로 투명해져서

 

갈매기 속삭이는 말을 알아들으니

바다는 다가와

뜨겁게 포옹을 한다.

 

 

posted by 청라

태종대 안개꽃

태종대 안개꽃

 

 

살다가 가끔 막막해지면

태종대는

해무海霧를 자욱히 피워

제 스스로를 지운다.

 

병풍바위도 신선대도

주전자 섬도

사월 안개꽃 속에서는

향기만 남는다.

 

안개 덮인 눈으로 세상을 보면

바다에는 길이 없다.

파도 소리만 거칠어

자살바위 위에서 들 뛰어내리지만

 

사람들아!

삶의 안개꽃 지고 나면

바다는 모두 길이다.

세상 어디든지 갈 수가 있다.

 

posted by 청라

기성리에서 일 년

기성리에서 일 년

 

 

바다에 중독되어

기성리에서 일 년 살았다.

달밤에 백사장에 나가

해심海心에 모래를 뿌리면

천 개의 근심이 달과 함께 깨어졌다.

척산천으로 떠내려 온

태백산 그림자들이

바다로 함께 가자고 유혹할 때 쯤

파도가 하는 말들이

선명하게 귀에 들어왔다.

바다를 사랑하는 덴 약이 없다.

인연을 접은 뒤

사람들 속에서 더욱 외로워질 때

나는 추억의 스위치를 올리고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노래

기성리 앞 바다 파도 소리를 듣는다.

 

posted by 청라

죽변항

죽변항

 

 

바닷길 가다가 폭풍에 막혀

죽변항으로 들어가면

죽변항은 등대 불빛을 마중 보낸다.

 

어머니 같이 따뜻하다.

생선 말리는 냄새 밥 짓는 연기처럼

손 까불러서

 

봉평해수욕장 모래밭과

조릿대 나무숲이 고향 같은

, 깃들어 살고 싶은 마을

 

저녁마다 갈매기 나를 부르러 와도

죽변항 뒷산 그림자

나를 잡아준 손이 너무도 따듯해서

 

다시 고단한 삶의 길로 나아가기 전에

오래 날개를 쉰다.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마을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