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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매
허공 한 점에
은밀한 초경처럼
진홍빛 설렘이
살며시 벙글더니
봄 어서
오라는 손짓
하늘 가득 저 환희
글
금둔사 납월매
사랑을
받아봐야
사랑 주는 법도 안다
금둔사 납월매는
지허스님 숨결로 커
매화야
정 담아 부르면
섣달에도 마음을 연다
햐아 이 맛에
중노릇을 하는기라
정 주듯
목탁소리 울림으로
피운 매화
참 도는
아득하지만
가슴마다 법열法悅이 인다
글
마음이 허전한 날
마음이 허전한 날
태화산 계곡에 가
물소리로 몸을 닦고
별빛으로 혼을 씻어
한 송이 산나리 꽃으로
노닐다가 오리라
글
애국지사 묘역에서
아 저기 창공에다 목소리를 달고 싶다
만주 벌판 말 달리며 나라 위해 몸 바치던
선조들 온몸으로 외친 그 기도를 올리고 싶다
피 흘리는 가슴 속에 꼭꼭 숨겨 간직했던
평화의 흰 바탕에 꿈틀대는 청홍 태극
온 세계 용틀임하는 그 자랑을 달고 싶다
글
목줄
아내가 목줄에 묶여 끌려가고 있다
파란 힘줄이 앙버틴 양 다리에서 소름처럼 돋아난다
눈 감고 생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동행하는 나의 목에도 줄이 매어져 있다
살아있는 것들의 목엔 모두 굴레가 채워져 있다
인생이 개처럼 인연의 목줄에 꿰여
덧없이 끌려가는 운명이라 해도
가장 낮은 자리가 내 자리라고 웃으면서 살아가자
지금은 혼자 다독이는 슬픔에 절어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삶이라 해도
잘 말린 구절초 꽃잎처럼
우릴수록 향이 깊어지는 그런 사림이 되자
올무에 옭힌 세상은 온통 눈밭이지만
나 혼자만 매화로 피어날 수는 없다
글
삼월
목련이 허공위에
첫정을 붉힌 것은
당신을 향한 마음
남몰래 부풀리다
이제는
참지 못하고
터졌다는 고백이다
글
첫눈
바람 편에 배달된
아내의 걱정
이 먼 들녘까지 따라왔구나
정겨운 잔소리처럼 팔랑대는
기차의 창문 너머로
평생을 몰래 숙성시킨
속말을 보낸다
아내여
멀리 보내놓고
두근거리는 가슴처럼 날리는 눈은
다음 또 다음 생애에서도
천 년을 함께하고픈
내 마음이다
글
낮달
새 신을 사시고도
어머닌 오래도록 헌 신을 기워 신으셨다
찢어진 데가 또 찢어져 발가락이 나와도
시렁 위에 모셔둔 신발은 절대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저 건너로 가시고 난 후
너희들이나 신으라고 어머니 벗어놓고 간
하얀 고무신 한 짝
어머니
저승의 주막집까지
맨발로 절뚝이며 가셨는가요
오늘도 끼니 거르신
창백한 얼굴이 가을 하늘에 슬프다
글
두 석상의 하나 되기
통일 전망대 내리는 비엔 소금기가 배어있다
갈 수 없는 마을이 그리워 울다 떠난 사람들의 눈물과
높새바람에 펄럭이던 수많은 소망들이
포말처럼 부서져서 해당화로 피는 곳
남해에서 달려온 꽃바람이 철조망에 막혀
한숨으로 시드는 곳
겨울만 사는 동네는 봄이 와도 쪽문을 열지 않는다
산 하나 넘으면 저기가 고향인데
나의 그리움은 늘 우연雨煙에 가로막힌다
두고 온 어머니의 따뜻한 웃음과 고향 마을의
학 울음소리
나의 어린 시절은 아득히 멀기만 하고
봄이면 제비처럼 찾아와 울던 고향이 함흥이라는
그 할아버지
발걸음 뚝 끊긴지 오래인데
아직도 하나가 되어 하늘에 닿지 못하였는가
미륵불 성모 마리아 두 석상의 기도는
이산가족의 간절한 소망처럼 끝까지 매달렸던
마지막 잎새 툭 하고 떨어지고
국토는 아직도 굳게 동여맨 허리띠를 풀지 않는다
글
가을 산
시든 몸 빛바랜 얼굴
저리 고울 리가 없다
한여름 모진 신열
용암처럼 들끓다가
갈바람
서리로 식혀
아우성을 놓는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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