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바다

시조/제3시조집 2022. 8. 24. 09:38

새벽 바다

 

 

뛰는구나

까치발로

머리 위엔

금빛 햇살

무섭게 달려와서는

간지럼치고 물러서는

파도의 장난기 미워 고개 돌린 해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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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淸明 아침

시조/제3시조집 2022. 8. 22. 22:25

청명淸明 아침

 

 

종달새 노래마다

연초록 피어난다

 

두릅을 따지 마라

봄 향기 좀 더 맡자

 

간밤에

성긴 비 왔으니

성묘나 하러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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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시조/제3시조집 2022. 8. 22. 08:50

노을

 

 

나비만 나풀대도

휘어지는

시간의 줄

 

수많은 인연들을

연처럼

걸어놓고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빨갛게 타는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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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피고 싶다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세상을 환하게 한다

 

쓰르라미 울음으로 저물어가는

여름의 황혼 무렵

 

지다 만 능소화 가지 끝에 피어난

저 진 주황빛 간절한 말 한 마디

 

바람의 골짜기에

향기로운 웃음을 전하면서

 

너는

사랑을 잃은 친구의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해준다

 

보라

깨어진 사금파리처럼

남의 살 찢으려고 털을 세우는 것들

널린 세상에

 

벌 나비처럼 연약한 사람들을 감싸 안고

젖을 물리듯 자장가 불러 주는

세상의 어머니여!

 

내생에서는 잠시라도

너처럼

한 송이 꽃으로  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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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戀書

시조/제3시조집 2022. 8. 20. 21:03

연서戀書

 

 

살짝 만 돌아보오.

한여름 무더위를

후루룩 씻고 지나가는

소나기를 닮은 사람

 

살포시

웃는 모습이

가을 달을 닮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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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3

시조/제3시조집 2022. 8. 20. 07:53

낙화3

 

 

쓸지 마라

세월이다

시들어도

향내 품은

 

뻐꾸기 산울림이 새겨놓은 빗살무늬

 

흙발에

짓밟혔어도

지워질 수 없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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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시조/제3시조집 2022. 8. 19. 21:18

사랑

 

 

당신의 웃음소리

삽으로 떠내어서

 

이른 봄 내 가슴에

꽃모종 하였더니

 

당신이

보고싶을 때

한 송이씩 피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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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에게

시조/제3시조집 2022. 8. 19. 18:52

개망초에게

 

 

모였다

소리쳤다

맑은 뜻 하얀 함성

 

나리꽃 달맞이도

죽은 듯 숨어있다

 

뭉쳐서 뻗어가는 힘

온세상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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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시조/제3시조집 2022. 8. 19. 14:59

도라지꽃

 

 

아버지 웃음 속엔 눈물이 숨어있다

장마가 길던 그 해 둘째 형 잃은 새벽

내 등을 두드려주며 살짝 던져 주던 미소

 

거적에 둘둘 말아 지게에 얹어 산에 갈 때

아버지 속울음이 걸음마다 싹을 틔워

하이얀 도라지꽃으로 슬픈 웃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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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추석

시조/제3시조집 2022. 8. 15. 08:54

어머니의 추석

 

 

그 해 태풍으로 과일 농사 망치고서

뚝 딴 열나흘 달 치마 폭에 감추면서

내일은 차례 상에다 이거라도 놓아야지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