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一株門에 기대어서

 

 

내 몸의 반은

사바에 걸치고

나머지 반쪽은

불계佛界에 들여놓고

 

일주문一株門에 기대어서

목탁소리 듣다가 보면

꽃이 지는 의미를 알 듯도 하다.

 

속세의 짐을 문 앞에 내려놓고

향내 따라 들어오라고

풍경소리 마중 왔지만

 

비우고 비워도

투명한 바람이 될 수 없는

업연業緣의 질긴 끈이여!

 

별이 내릴 때까지 흔들리다가

나는 양쪽으로 발 걸친

일주문 기둥이 되어버렸다.

 

2015. 8. 15

<동서문학>2015년 겨울호

posted by 청라

모란

시조 2015. 8. 11. 15:12

모란

 

 

모란꽃 모든 귀들은

법당 쪽으로만 기울어 있다.

 

불경소릴 들으려고

깃 세워 퍼덕이던

 

一念이 영글어 터진

저 간절한 날갯짓

posted by 청라

原點에서

原點에서

 

 

한 알의 죽음 곁에서

푸른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간

한 알의

또 다른 비둘기가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왔다.

비둘기의 날개가 햇살의 鍵盤을 두드리며

높은 옥타브로 치솟던 하늘 밑에서

하나의 알은

처절한 침묵으로 변해 있었다.

처음과 끝이

몽롱한 안개처럼 누워있는

원점에서의 해후

빛나는 履歷들도 어둠이 된 의 바다에서

부리를 닦는다.

입동의 하늘 끝 눈발이 내리고…….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