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시조 2015. 7. 16. 19:15

호박



비탈밭 마른 덩굴에

호박 혼자 늙어간다.


씨 뿌린 할마시는

오는 걸 잊었는가.


마을로 내려가는 길

망초꽃만 무성하다.


2015. 7. 16

posted by 청라

산나리꽃

산나리꽃



사랑은

단 한 송이 꽃으로만 피어나야 한다.

 

마디마다 흔들림의

자잘한 개화開花를 참아내고

 

혼신의 힘으로 뽑아 올려

대궁 끝에 터뜨린

저 간절한 고백告白 한 송이.

2015. 7. 12



posted by 청라

서낭나무

서낭나무

 

 

꽹과리 소리도 멈췄다.

달그림자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속 빈 느티나무 한 그루만 서있을 뿐이다.

무나물에 밥 한 그릇도 받지 못하고

낡은 오색 천들만 힘겹게 꿈틀거릴 뿐.

아랫마을 고샅마다 집들이 비고

철마다 빌어주던 사람들의

믿음 다 떠나가고

길을 넓히려면 베어버려야 한다는

도낏날 번득이는 소리에 얼이 빠져서

삼신바위 올라가는 솔숲에서 우는 부엉이 소리

후드득 몸을 떠는

신기(神氣) 잃은 느티나무 한 그루만 서있을 뿐이다.

 

 

2015629

<문학저널>2015년 11월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