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의 사색 채널>

 

아랫물이 맑아야 윗물도 맑아진다

 

                                                                                     엄 기 창

                                                                      시인, 대전문인협회 부회장

 

 

  한비자의 외저설 죄상편(储說·左上篇)에 보면 상행 하효(上行下效)’라는 말이 나온다. ‘윗사람이 모범을 보이면 아랫사람이 본받는다.’ 또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뜻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춘추오패(春秋五霸) 한 사람인 제환공(齐桓公)은 평소 보라색 옷을 즐겨 입었다. 이에 조정 대신은 물론 일반 백성까지 보라색 옷을 입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제나라 도읍은 온통 보라색 천지가 되었고, 보라색 옷감 가격은 껑충 뛰어 보라색 비단 한 필의 가격이 흰색 비단 다섯 필의 가격과 맞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골머리를 앓던 제환공이 대신(大臣) 관중(管仲)을 불러 말했다.

  “보라색 비단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으니 가격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게그러자 관중이 입을 열었다.

  “아뢰옵건대 폐하께서 먼저 보라색 옷을 멀리하고 보라색 옷 입은 사람들을 멀리 하옵소서

  다음날 조회에 참석한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제환공이 좋아하는 보라색 옷을 입고 나타났다. 이때 제환공이 갑자기 손으로 코를 막더니

  “보라색 옷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구나. 가까이 오지들 말거라.” 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조정은 삽시간에 출렁이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해진 대신들은 저마다 입고 있던 옷에 코를 갖다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날부터 대신들은 모두 보라색 의상을 벗고 전에 입었던 옷들을 도로 꺼내 입었다. 그 후로 백성들도 더는 보라색 옷을 찾지 않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제나라 도읍에서는 보라색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어 옷감과 물감 가격도 다시 안정되었다.

  요즈음 눈만 뜨면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정치인들의 비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제환공처럼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모범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이 본받도록 실천하는 사람들은 보기 어렵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법관과 같은 지도층의 행동이 바르지 않으니 국민들이 보고 배울 것이 없다. 늘 나라가 어지럽고 시끄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누구를 뽑아놔도 다 똑같아. 뽑을 사람이 없어.”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들이 항시 읊조리는 절망적인 말이다. 정말 뽑을 사람이 없다. 누구를 시켜놔도 제 당과 자신의 이익에만 민감하고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진충보국하는 정치가는 없다. 새로운 사람을 선택하고 기대하지만 지나고 보면 늘 그 타령이다. 왜 그럴까? 바로 정치가들의 텃밭인 국민들 자체가 정치가들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의 비리에 침을 튀기며 분노하지만 국민들 하나하나가 불의한 큰 이익 앞에서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다고? 이오십보 소백보다.

  정치인들 욕만 하지 말고 국민들 모두 스스로의 행동을 정화하자. 누구를 뽑아놔도 깨끗하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게 텃밭을 닦아놓자. 아랫물이 맑아야 윗물도 맑아지는 것이.  


                                                                         <금강일보> 2015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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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스승의 날에

 

 

철쭉꽃 모여

타오르는 산

가까이에서 보면

가끔은 벌레 먹은 꽃잎도 있네.

 

꽃잎 하나 태우려고

모두가 저 꽃밭에 불을 지르는가!

 

스승의 날에…….

 

201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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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의 사색 채널>

 

견리사의 견위치명(見利思義見危致命)의 교훈

 

                                                                            엄 기 창

                                                              시인, 대전문인협회 부회장

 

  견리사의견위치명(見利思義見危致命)이라는 말씀은 원래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으로 안중근 의사님의 유묵(遺墨)으로 더 유명해진 말이다. 이익을 보면 먼저 의로운 재물인가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우면 목숨을 바치라는 이 말은 이익 앞에서 한없이 비겁해지고, 이익을 위해서는 국적을 바꾸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큰 교훈이 되는 말이 아닌가 한다.

  자주 안부를 물어오던 제자에게 한 달 가까이 연락이 없어 직장으로 전화를 했더니 보직해임 되어 나오지 않았단다. 하도 기가 막혀 이유를 물었더니 이유는 알려줄 수 없단다. 본인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도 영 받지 않는다. 자식 놈이 그런 일을 당한 듯 궁금하고 속상하고 미칠 것만 같았다. 소식을 알 만한 그의 친구들에게 다섯 번짼가 전화를 걸었더니,

선생님, 걔 돈 먹고 잘렸대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고놈이 괘씸했지만 참고 연유를 물어보니 옛날 돈을 조금 받은 것이 문제가 되어 보직해임이 되었단다. 나는 너무도 기가 막혀 한동안 세상을 다 잃은 듯 넋을 잃고 있었다.

  교직생활 초기에 시골 면 소재지 고등학교 아수라장의 분위기 속에서 열정을 다하여 키워낸 금쪽같은 제자였다. 어수선한 면학분위기 속에서도 소신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더니 서울 근교의 명문대 행정학과에 입학을 했고, 경찰 간부시험에 합격하여 총경까지 승진한 제자였다. 정의롭고 봉사심이 많아 나라의 기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던 제자였다. 대전에 와서는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등 자랑스러운 제자들을 수없이 길러냈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 엉겅퀴처럼 스스로 자란 제자이기에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제자였다. 그런 제자가 작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여 허무하게 앞길을 망친 것이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견리사의 견위치명(見利思義見危致命)의 교훈을 강조하지 못한 것이 너무도 후회가 되었다.

  이로움이 눈앞에 있을 때 과연 의로운 이로움일까를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평소에 더없이 청렴하고 깨끗한 듯이 행동하는 사람들도 재물이 눈앞에 있을 때 의로운 재물인가 아닌가를 생각하기보다 과연 이걸 먹고 걸릴까 안 걸릴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다가 설마 걸리겠어.’하고 꿀꺽 삼켰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요즈음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도 견리사의(見利思義)의 교훈을 생각하지 않고 의롭지 못한 뇌물을 받아들인 많은 사람들 때문에 생겨난 결과이다. 그들은 한 번의 잘못 판단으로 전도양양하던 정치생명도 끝장이 나고, 그들을 신뢰하던 많은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또한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이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국적을 버리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견위치명(見危致命)의 교훈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눈보라 치는 만주벌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렸던 선조들은 자신의 목숨이 귀한 줄 몰랐던 분들일까. 나라가 있어야 생존권이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자신의 발전과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선구자들이다. 국민들 모두 양심이 살아있어야 나라가 번창하고, 나라가 건재해야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행복마저 지켜진다는 것을 깨닫고 견리사의 견위치명(見利思義見危致命)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


                                                                            <금강일보> 2015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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