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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푸념
친구 상가 들렀다가 새벽 두 시 들어와서
열 시까지 잠자다가 열한 시 차 타고 가선
“아빠야, 지난 삼월에 아빠 보러 갔었잖아.”
아들아, 네가 무슨 스쳐가는 바람이냐?
네 자취 희미해서 왔던 기억 전혀 없다.
길 가다 문득 만나도 몰라볼까 두렵다.
2015, 3, 14
글
시조 쓰는 이유
내 행복
듬뿍 풀어
시조 한 수 빚는다.
툰드라의 가슴마다
햇살 씨앗 깊게 심어
벌 나비
날갯짓 하는
봄꽃 가득 피우려고.
2015. 3. 7
글
<청라의 사색 채널>
이중잣대
엄 기 창
시인, 대전문인협회 부회장
아일랜드의 어느 항구 도시의 사창가에 두 명의 수병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런데 개신교 목사 한명이 주위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사창가로 들어갔다. 그러자 수병들은 위선자라고 목사를 비웃었다. 잠시 후에 랍비 한 사람이 나타나서 역시 주위를 살핀 후에 사창가로 들어가자 수병들은 유대인들은 어쩔 수 없다고 비웃었다. 잠시 후에 카톨릭 신부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사창가로 들어갔다. 그러자 수병들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세상에. 어떤 가엾은 매춘부가 죽어가나 봐.“
이 이야기는 '엉뚱한 철학자의 이야기'에서 발췌한 일부이다. 목사나 랍비, 신부 모두 타락한 성직자들인데 대부분이 카톨릭 신자인 아일랜드 사람들은 카톨릭 신부만 유난히 후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위와 같은 ‘이중잣대’가 심해지고 있는 듯하여 씁쓸할 때가 많다.
얼마 전 추석명절에 고향엘 내려갔을 때 이야기다. 그 때 정부 고위 관리 아들의 병역 비리 문제로 사회가 들썩이고 있었는데, 형님 친구 한 분이 뉴스를 보고 몹시 흥분하여 심한 욕설을 하였다. 평소에 그 분의 인품을 존경하고 있었는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에 다시 고향에 갔을 때 아침 일찍 그 분이 우리 집엘 찾아오셨다. 내 아우가 현역 중령일 때였는데 여러 가지 물건들을 싸들고 와서 한다는 말이 “ 여보게, 내 아들이 논산 훈련소에 있는데 좀 편한 데로 갈 수 없는가?”
위의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남의 일엔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도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사람들의 일에 관해서는 너그럽기 마련이다. 얼마 전 국무총리 인준에 관한 청문회를 시청하다가 질의하며 호령하는 그분들은 과연 얼마나 청렴하고 깨끗한 분들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 일이 있다. 자신의 주머니를 뒤집으면 더할 수 없는 먼지가 나올 텐데 어쩌면 저렇게 당당하게 소리를 지를까. 자신의 부정은 부정이 아니고 남의 부정만 과연 부정일까.
요즈음 정당 정치에서도 이런 모습은 확연히 나타나는데, 여당에서 내놓은 정책은 일단 반대부터 하고 깎아내리는 야당들이 자신들이 여당이 되었을 땐 그런 작태를 일삼는 야당의 모습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다시 야당이 되었을 땐 승산이 없으면 국회야 정상적으로 돌아가든 말든 민생이야 어떻게 되든 장외 투쟁이나 하고.
오랜 교직생활에서 경험한 사실인데 때로는 교사 학부모가 다른 직업의 학부모보다 더 모질고 무서울 때가 있다. 자신은 교직 현장에서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담임에게 요구하며 요구가 달성되지 않으면 끊임없이 불평하고 괴롭힌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다. 이중잣대를 잘 표현한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에게 냉정할 일은 나에게도 냉정하고, 나에게 관대할 일은 남에게도 관대하면 안 될까? 때로는 나에게 적대적인 세력일지라도 잘하는 일은 칭찬해주고 더 잘 되게 밀어주는 사람이 많은 사회, 이중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는 사람이 없는 사회, 이런 사회가 바로 행복한 사회가 아닐까!
<금강일보> 2015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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