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詩

시/제3시집-춤바위 2013. 10. 12. 22:30

序詩

 

황토 물에 떠내려가는

母國語

한 조리 일어

내 시를 빚었다.

 

거친 모래밭에 피어난

풀꽃 송이들아

 

반딧불로

불씨를 살려

사람들의 가슴마다

진한 香氣의 모닥불을 피워 주거라.

 

201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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廢寺의 종

시조 2013. 10. 9. 08:59

의 종

 

-빛 단풍이 타오르는 골짜기에

기와지붕 허물어져 비새는 절 추녀 끝에

썩다 만 조롱박처럼 매달린 종 하나.

 

오랜 세월 울지 못해 울음으로 배부른 종

소쩍새 울음으로 달빛으로 키운 울음

종 벽 속 꿈틀거리는 용암 같은 피울음.

 

이순 넘은 삶의 망치 꽝 하고 두드리면

산사태 몰아치듯 사바까지 넘칠 울음

종 채를 들었다 놨다 가을 해가 기우네.

 

201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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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13. 9. 30. 07:43

마곡사에서

 

산문(山門)의 천왕님은

아직도 눈을 부라리고 있다.

 

묵언(黙言)의 입 꼬리에

몇 올

밧줄 같은 거미줄 걸고

 

내 다섯 살 여름 무렵 첫 대면에  

불타던 그 화산

아직도 눈빛에 이글거리고 있다.

 

옷을 털고 또 털어도

털어낼 수 없는

업연(業緣)의 질긴 먼지들,

 

쓸쓸히 돌아서서

태화산 그림자에 묻혀

세상도 부처님도 모두 잊으니

 

일체의 업장(業障) 쓸어내듯

마음 속 울려주는

늦여름 매미 소리…….

 

201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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