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

동요 2013. 5. 9. 07:39

개나리꽃

 

유리창에 매어달린 아이들 얼굴처럼

까르르 피어나는 해맑은 웃음처럼

개나리 꽃가지에 터지는 저 함성을

할머니 윤기 잃은 가슴에 심어주고 싶어요.

 

뒷마당에 숨겨놓은 병아리 솜털처럼

삐약삐약 울려오는 햇살 같은 울음처럼

개나리꽃 꽃가지에 밝혀지는 저 등불을

할아버지 메마른 가슴에 달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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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편지

시/제3시집-춤바위 2013. 4. 30. 08:44

민들레 편지

 

현충원에 가서 잡초를 뽑다가

어느 병사의 무덤에서

날아오르는 민들레 홀씨를 보았다. 

바람도 없는데

무덤 속 간절한 절규가 솟아올라

북녘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따뜻한 사랑 한 포기

싹 틔울 수 없는 툰드라의 언 땅에서

흰옷 입은 사람들의 소망이 싹틀 수 있도록 

반백 년 넘게 땅 속 깊이 묻어

발효시킨

저 병사의 피 맺힌 염원과  

‘함경도’

소리만 들어도 눈물 흘리시던

내 할아버지의 슬픔,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에

담아 보낸다.

내년 민들레꽃 피기 전까지 

굳게 동여맨 민족의

허리띠를 풀자.

 

201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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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시조 2013. 4. 16. 08:03

까치

 

몸 하나 누일만큼

알 하나 품을만큼

미루나무 꼭대기에

오막살이 지어놓고

“깍깍깍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저 까치.

 

백 번을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소리

바람 숭숭 뜷린 집에

밤 하늘 별이 새도

“깍깍깍 나도 사랑해”

깃을 펴는 저 까치.

 

201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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