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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다리골
머리채 긴 솔바람이
골목길 쓸고 간 후
집집 텃밭마다
장다리꽃 등 밝히다.
꾀꼬리
목소리 빛으로
눈부시던 그 꽃밭…….
지금은 장다리골
봄이 와도 꽃은 없고
꾀꼬리 꽃 부르던
목소리도 사라지고
고샅길
꼬불꼬불 돌아
경운기만 가고 있네.
2013. 1. 26
글
매미 소리
사탕 하나 입에 물고 예닐곱 개는 양 손에 갈라 쥐고
휘파람 부을면서 목 빳빳이 세우고 갈 지자 걸음으로 천천히 고샅길 맴돌 적에 창현이, 천용이, 희수, 윤현이, 순옥이, 영숙이, 희순이, 희원이, 종환이, 동현이, 현자, 희익이, 학근이, 종순이 등등 일 개 소대 침 질질 흘리면서 비칠비칠 따라오며 기죽은 눈길로 내 양손만 뚫어질 듯 바라볼 때
내 마음 깊은 울안에 천둥치듯 일어서던 아! 저 백만 마리 매미 소리.
1013. 1. 20
글
滿虛齋에서
옷깃에 묻어 온 속세의
근심 몇 올이
아침 햇살에 안개처럼 풀리고
힘들여 벗지 않아도
때처럼 벗겨진 慾心 말갛게 씻겨
풀꽃으로 피어나는 滿虛齋에서 보면
저기 보이지 않는
虛空에
무슨 울타리라도 있는 것일까!
마을에서 산 따라 조금 들어왔을 뿐인데
모든 소리들이 걸러지고 닦여져서
딴 세상 같은 고요…….
秀澗橋를 건너다
문득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무성산은
산의 커다란 마음을 조금씩 녹여
滿虛瀑으로 흘려보내서
천둥 같은 소리로 노래할 때나
가는 한숨으로
잦아들 때나
인생의
차고 비움도 滿虛齋에 서면
폭포 소리에 녹아
물안개로 떠돌아라.
2012. 12. 29
滿虛齋(만허재)-충남 공주시 사곡면 회학리에 있는 엄기환 화백 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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