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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곡사에서
산문(山門)의 천왕님은
아직도 눈을 부라리고 있다.
묵언(黙言)의 입 꼬리에
몇 올
밧줄 같은 거미줄 걸고
내 다섯 살 여름 무렵 첫 대면에
불타던 그 화산
아직도 눈빛에 이글거리고 있다.
옷을 털고 또 털어도
털어낼 수 없는
업연(業緣)의 질긴 먼지들,
쓸쓸히 돌아서서
태화산 그림자에 묻혀
세상도 부처님도 모두 잊으니
일체의 업장(業障) 쓸어내듯
마음 속 울려주는
늦여름 매미 소리…….
2013. 9. 30
글
마곡사 범종소리
마곡사 범종소리
법당 하나 짓고 있다.
여울물 물소리로
한 모금씩 묻어 와서
사랑이
메마른 마음마다
독경 소리 울리고 있다.
2013. 9. 25
글
訟詩
꽃으로 피소서
-이경주 교장선생님 청년을 축하하며
엄 기 창
산처럼 무거워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물처럼 부드러워
쉽게 노하지 않는 사람
四十年 가까이 걸어오신 삶의 길에
인연의 줄을 접으며
빛나는 발자취 돌아보는 뒷모습에
은은한 솔향기가 풍겨옵니다
포연으로 일그러진 전쟁 통에 태어나
황량한 고국의 뜰을 일구어
묘목을 심고 정성스레 가꾸기에
당신의 손길은 쉴 틈이 없었습니다.
나무들은 건강히 자라
무성한 숲을 이루고
당신이 가꾸신 이 조국은
세계 속에 우뚝 솟은 거목이 되었습니다.
긴 항해 끝에 닻을 내리고
이제는 돌아서야 할 시간
멈추어서 더욱 빛나는 당신을 향해 비오니
새로운 걸음걸음 꽃으로 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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