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憂愁

시조 2012. 12. 1. 11:39

우수憂愁 

 

그대에게 다가가는 길은 끊어지고

오늘따라 어둠은 장막처럼 가로막아

 

창문에

비친 불빛만

바라보며 서 있다.

posted by 청라

따뜻한 가을

시/제3시집-춤바위 2012. 11. 6. 14:03

따뜻한 가을

 

 

아파트 안 도로를 차로 달리다가

다리 다친 비둘기 가족을 만나면

숨을 죽이고 가만히 선다.

 

경적을 울리면

아기 비둘기 놀랄까봐…….

 

산을 오르다가

허리 구부러져 누운 들국화를 보면

발을 멈추고 튼튼한 이웃에 기대어 준다.

 

가벼운 바람에도

몇 번이나 뒤돌아본다.

 

잠시만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내 따스한 마음 머물 자리가 얼마나 많은가.

 

조그마한 나의 온기가

다리가 되고, 날개가 되고

숨결이 되어줄 사람 얼마나 많은가.

 

단풍잎 붉은 기운이

핏줄을 타고 들어온다.

바람은 차도 가을은 따뜻하다.

 

2012, 10, 6

posted by 청라

소나기 마을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12. 10. 28. 01:53

소나기 마을에서

                              엄 기 창

 

가을 햇살이 눈부시어

산새 소리 몇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목넘이고개 올라가 보면

 

아련한 사랑 이야기

노란 마타리 꽃잎으로 피어난

거기 소나기 마을 그림처럼 있네.

 

눈 씻고 찾아봐도

소녀는 없고

 

순원의 유택 앞에 가만히 서니

인생이여!

삶은 무지개 빛 향기 같은 것,

 

수숫대 엮어 만든 초막 속에

쪼그려 앉아

하루에도 몇 번씩 소나기로 씻어낸

 

맑아서 눈물 나는

사랑으로 살고 싶어라.

 

2012. 10. 27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