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시/제3시집-춤바위 2014. 1. 30. 04:55

첫사랑



첫사랑은 늘

누런 코 훌쩍이던 일곱 살

코찔찔이 시절에 온다.

삘기를 뽑아도

찔레를 꺾어도

엄마 얼굴보다 먼저 아른거리던

마을 누나의 얼굴은

매운 세월의 바람 속에

덧없이 시들었다가

인생이 저무는 예순 살 무렵

어느 깊은 산사에서 목탁을 두드리는

 슬픈 전설을 만나면

아픈 옹이처럼 심박혀

움츠러들었던 그 어린 날 진달래꽃은

불길처럼 피어나

온 산을 물들이라 한다.

모든 것을 빨아먹는

늪인 줄 알면서도

온몸을 던져서 투신하라 한다.

 

2014. 1. 30


<대전문학> 2014년 봄호(63호)

posted by 청라

思父 一曲 - 눈길

시조 2014. 1. 10. 10:40

思父 一曲

 

눈길

 

 

아버님 제삿날 저녁 때늦은 春雪로

설화 곱게 피어난 연미 고개 넘으면서

雪花 속 아롱거리는 아버님 모습을 본다.

 

개학 전날 暴雪로 교통이 두절되어

오십 리 넘는 公州 아들 혼자 가는 길에

마음이 애틋하셔서 따라 나선 아버지.

 

눈보라 칼바람에 온몸 꽁꽁 얼으셔서

우성 지난 길가에 주저앉아 떠시면서도

내 옷깃 여며주시던 모닥불 빛 그 손길

 

금강 건너 도심에 한 등 한 등 켜질 무렵

“네 덕분에 먹고 싶던 짜장면 먹는구나”

허기진 젓가락 들어 덜어주던 아버지

 

이제는 짜장면 천 그릇도 살 수 있네.

짜장면 잡숴주실 아버님이 안 계시네.

춘설은 풍요로워도 구름처럼 허전한 길.

 

 

 

2014. 1. 10

 

 

posted by 청라

닭서리

시조 2013. 12. 15. 10:14

닭서리

 

친구 부모 원행 간 집 동네 조무래기 모두 모여,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해 닭서리를 하였는데, 암탉, 수탉 서너 마리

가마솥에 푹푹 삶아 미친 듯이 뜯다 보니 백골만 다 남았네.

 

아침에 닭장에 가신 어머니 비명소리에 혼백이 다 날아가 소화된 닭이

넘어올 듯…….

 

2013. 12. 15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