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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廢寺의 종
핏-빛 단풍이 타오르는 골짜기에
기와지붕 허물어져 비새는 절 추녀 끝에
썩다 만 조롱박처럼 매달린 종 하나.
오랜 세월 울지 못해 울음으로 배부른 종
소쩍새 울음으로 달빛으로 키운 울음
종 벽 속 꿈틀거리는 용암 같은 피울음.
이순 넘은 삶의 망치 꽝 하고 두드리면
산사태 몰아치듯 사바까지 넘칠 울음
종 채를 들었다 놨다 가을 해가 기우네.
2013. 10. 9
글
마곡사에서
산문(山門)의 천왕님은
아직도 눈을 부라리고 있다.
묵언(黙言)의 입 꼬리에
몇 올
밧줄 같은 거미줄 걸고
내 다섯 살 여름 무렵 첫 대면에
불타던 그 화산
아직도 눈빛에 이글거리고 있다.
옷을 털고 또 털어도
털어낼 수 없는
업연(業緣)의 질긴 먼지들,
쓸쓸히 돌아서서
태화산 그림자에 묻혀
세상도 부처님도 모두 잊으니
일체의 업장(業障) 쓸어내듯
마음 속 울려주는
늦여름 매미 소리…….
2013. 9. 30
글
마곡사 범종소리
마곡사 범종소리
법당 하나 짓고 있다.
여울물 물소리로
한 모금씩 묻어 와서
사랑이
메마른 마음마다
독경 소리 울리고 있다.
201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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