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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시>
향 맑은 옥돌 같은 당신을 보내며
-오명성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당신 곁에 서 있으면
산골짜기 굽이쳐 돌아 폭풍처럼 달려가는
힘 센 산골 물소리 들려옵니다.
아이들 위해 가야 할 길을 갈 때에는
험한 산봉우리 완강한 바위도 뛰어넘어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당신은
의지가 강한 산골 물입니다.
당신 곁에 서 있으면
평야를 유유히 흘러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가슴 넓은 강물소리 들려옵니다.
같이 걷는 사람들과 손잡고 갈 때에는
눈보라 칼바람에도 어깨동무를 풀지 않고
뜨거운 가슴으로 품어 안고 함께 가는
당신은
포용력이 강한 강물입니다.
한평생 달려온
인연의 줄을 접으며 돌아보면
민족의 어두운 새벽에 촛불을 들고
한 올 씩 꺼져가는 불빛을 키워
당신의 걸음 따라 아침이 오고
힘없던 조국은
세계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당신의 흐름은 이제
바다에 닿았습니다.
당신이 담아온 풀 향기와 도시를 흐르며 거느린
수많은 이야기들도
이제는 닻을 내렸습니다.
향 맑은 옥돌 같은 당신을 보내며
아쉽게 손을 흔들며
우리도 당신을 닮은 향내 품은 물로 살겠습니다.
글
개나리꽃
유리창에 매어달린 아이들 얼굴처럼
까르르 피어나는 해맑은 웃음처럼
개나리 꽃가지에 터지는 저 함성을
할머니 윤기 잃은 가슴에 심어주고 싶어요.
뒷마당에 숨겨놓은 병아리 솜털처럼
삐약삐약 울려오는 햇살 같은 울음처럼
개나리꽃 꽃가지에 밝혀지는 저 등불을
할아버지 메마른 가슴에 달아주고 싶어요.
글
민들레 편지
현충원에 가서 잡초를 뽑다가
어느 병사의 무덤에서
날아오르는 민들레 홀씨를 보았다.
바람도 없는데
무덤 속 간절한 절규가 솟아올라
북녘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따뜻한 사랑 한 포기
싹 틔울 수 없는 툰드라의 언 땅에서
흰옷 입은 사람들의 소망이 싹틀 수 있도록
반백 년 넘게 땅 속 깊이 묻어
발효시킨
저 병사의 피 맺힌 염원과
‘함경도’
소리만 들어도 눈물 흘리시던
내 할아버지의 슬픔,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에
담아 보낸다.
내년 민들레꽃 피기 전까지
굳게 동여맨 민족의
허리띠를 풀자.
201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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