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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닭서리
친구 부모 원행 간 집 동네 조무래기 모두 모여,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해 닭서리를 하였는데, 암탉, 수탉 서너 마리
가마솥에 푹푹 삶아 미친 듯이 뜯다 보니 백골만 다 남았네.
아침에 닭장에 가신 어머니 비명소리에 혼백이 다 날아가 소화된 닭이
넘어올 듯…….
2013. 12. 15
글
동행(同行)
누군가 새벽 산길
혼자 넘은
외발자국
그의 삶에 기대면서
그의 마음 밟고 간다.
외로운
눈길에 깔아놓은
털옷처럼 따스한 정.
닫은 문 귀를 열면
앞서 간 이
내미는 손
어디선가 밀어주는
함성 소리 밟고 간다.
고갯길 막막하여도
인생은 동행이다.
2013. 12. 11
글
어느 가을 날
회초리를 놓고서
국화꽃을 들고 간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하늘빛을 닮은 가을날에
교실 구석엔
아직도 오지 못한 한 아이의 자리
어둠에 묻혀 있고
일찍 들어선 겨울이
군데군데 눈처럼 쌓여
그림자를 만드는데
땡감 맛 논설문을 배울
교과서는 덮어놓자.
꽃물 번져가는 교정의 나무들 꿈꾸는
무지개 빛깔 시 한 수 읊어보자.
국화 향 은은한
시로 닦아낼 수 있는 그늘이
아주 작더라도
한 발짝 먼저 나가지 않으면
어떠리.
아이들 마음이 풍선으로 떠올라서
하늘에 닿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201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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