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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살 - 시장 풍경3
호박잎 두어 묶음 마늘 감자 서너 무더기
서둘러 달려가는 찬바람의 뒤꿈치에
할머니 얼굴에 파인 장마 뒤의 깊은 계곡 2014, 10. 13 |
글
맹방 앞바다에서
때로는 삶의 조각들 헝크러진 채
그냥 던져두고
입가에 미소 번지듯 가을이 물들어가는
산맥을 가로질러 와
대양과 마주 설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있는 힘껏 키워 돌진하는
저 바다의 거대한 남성
수만 번 부딪쳐 피워내는 파도 위의 포말
예순네 살 침묵하던 나의 젊음이
용틀임하며 끓어오르는 힘줄을 보았다.
맹방 백사장에서 술에 취해
바다를 향해 오줌을 갈기면
천 년의 수로부인도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는 희미한 달빛
밤내 아우성치는 원시의
바람을 모아
한 송이 해당화를 피워놓았다,
2014, 10, 13
<대전문학>67호(2015년 봄호)
『시문학』598호(2021년 5월호)
글
돝섬
황금 돼지 끌어앉고
복을 빌지 말자.
돝섬은
복을 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가진 것 버리고 버려
마침내 피부 속에 낀 녹까지 다 닦아내고
남쪽 산기슭
대양으로 가는 길목에
허허한 바위가 되기 위해 오는 곳이다.
머리 위에 갈매기
리본처럼 얹은 채로
섬에 뿌리 내리고
자연으로 숨쉬다가 가는 곳이다.
2014, 9. 28
"대전문학' 66호(201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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