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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잠 못 드는 새벽
사십 년 삶의 그림자에
손 흔들고 돌아설 때에
모든 것 다 놓고 온 줄 알았네.
새벽에
문득 잠 깨어
열린 창으로 비치는 달을 보니
웃음 해맑은 아이들
얼굴 따라와 있네.
바람소리인가, 아이들 목소리도 들리네.
다시 잠을 청해도
까르르 까르르
어두운 방 안 가득 피어나는 꽃들
손바닥 맞은 놈들
손 다 나았을까,
무슨 욕심으로 마지막까지 그리 때렸을꼬!
잠 못 드는 새벽에
다시 헤아려보니
다 버리고 온 줄 알았는데
실은 하나도 버리지 못했구나.
2014년 9월 5일
'대전문학' 66호(2014년 겨울호)
글
폐지 노인
- 시장 풍경4
굽은 허리 웅크린 채
쩔쩔매는 저 할머니,
수퍼 집 박스 하나
몰래 훔쳐 실었다고
손수레 엎어진 채로
노인 하나 혼나고 있다.
아들은 누워있고
며느리는 도망가고
어린 손자 연필 값에
손이 절로 움직여서
백 원 쯤 박스 하나로
만 원어치는 혼나고 있다.
2014년 8월 16일
글
춤바위
나는
영혼의 샘물처럼
맑은 시구 하나 찾아
헤매는 심마니
아무리 험한 골짜기라도
시의 실뿌리 한 올
묻혀 있다면 찾아갑니다.
칡넝쿨 아래 숨은 절터를 찾고
춤바위에 올라
흥겹게 춤추었던 자장율사처럼
반짝이는 한 파람
가슴을 울리는 노래에도
춤바위에 올라가 춤추는 학이 되겠습니다.
평생을 써도 다 못 쓸
산삼밭을 만난다면
끝없이 춤추다가 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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