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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부부
나는 언제나
마음의 반을 접어서
아내의 마음 갈피에
끼워놓고 산다.
더듬이처럼 사랑의 촉수를 뻗어
심층 깊은 곳에 숨겨진
한숨의 솜털마저 탐지해 내고
아내의 겨울을 지운다.
어깨동무하고 걸어오면서
아내가 발 틀리면
내가 발을 맞추고
내가 넘어지면 아내가 일으켜주고
천둥 한 번 울지 않은
우리들의 서른다섯 해
사랑하고 살기만도 부족한 삶에
미워할 새가 어디 있으랴.
2013. 2. 19
글
나박김치
설날 아침 떡국 먹다 나박김치 국물에
엄마와 함께 보던 노을빛이 떠올라서
한 수저 남겨놓고서 눈에 이슬 내려라.
2013. 2. 10
글
장다리골
머리채 긴 솔바람이
골목길 쓸고 간 후
집집 텃밭마다
장다리꽃 등 밝히다.
꾀꼬리
목소리 빛으로
눈부시던 그 꽃밭…….
지금은 장다리골
봄이 와도 꽃은 없고
꾀꼬리 꽃 부르던
목소리도 사라지고
고샅길
꼬불꼬불 돌아
경운기만 가고 있네.
201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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