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시/제3시집-춤바위 2013. 2. 19. 21:58

부부

 

나는 언제나

마음의 반을 접어서

아내의 마음 갈피에

끼워놓고 산다.

 

더듬이처럼 사랑의 촉수를 뻗어

심층 깊은 곳에 숨겨진

한숨의 솜털마저 탐지해 내고

아내의 겨울을 지운다.

 

어깨동무하고 걸어오면서

아내가 발 틀리면

내가 발을 맞추고

내가 넘어지면 아내가 일으켜주고

 

천둥 한 번 울지 않은

우리들의 서른다섯 해

사랑하고 살기만도 부족한 삶에

미워할 새가 어디 있으랴.

 

201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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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박김치

시조 2013. 2. 10. 22:13

나박김치 

 

설날 아침 떡국 먹다 나박김치 국물에

엄마와 함께 보던 노을빛이 떠올라서

한 수저 남겨놓고서 눈에 이슬 내려라.

 

 

2013.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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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골

시조 2013. 1. 27. 09:48

장다리골

 

머리채 긴 솔바람이

골목길 쓸고 간 후

집집 텃밭마다

장다리꽃 등 밝히다.

꾀꼬리

목소리 빛으로

눈부시던 그 꽃밭…….

 

지금은 장다리골

봄이 와도 꽃은 없고

꾀꼬리 꽃 부르던

목소리도 사라지고

고샅길

꼬불꼬불 돌아

경운기만 가고 있네.

 

 

201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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