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시/제3시집-춤바위 2013. 3. 3. 21:30

가시

 

숨기다가 숨기다가

무심코 튀어나온

아내의 볼멘소리처럼

 

수줍게 고갤 내민 탱자나무 새순에

저 부드럽고 뾰족한

가시

하나

 

2012. 3. 3

posted by 청라

사랑과 믿음

시조 2013. 3. 1. 10:22

사랑과 믿음

 

아이들 혼인날 아침 마음 씻고 비는 것은

사랑의 날실과 믿음의 씨실을 엮어

결 고운 비단결 같이 삶을 펼쳐 가라는 것,

 

안 보면 보고 싶고 보아도 또 보고 싶게

마음의 꽃술 열어 사랑의 꿀 채우거라

큰 그늘 드리우지 않게 눈을 떼지 말거라

 

몇 억 겁을 헤매다가 청홍실로 묶였는고!

작은 의심 키우다가 인연의 줄 끊지 말고

믿음의 울타리 안에 화락(和樂)한 삶 이루기를……

 

손잡고 걷는 길에 고개 어찌 없겠는가

남편이 발을 삐면 내 살처럼 아파하며

아내가 넘어지면 등에 업고 가라는 것.

 

2013. 3. 1.

 

posted by 청라

부부

시/제3시집-춤바위 2013. 2. 19. 21:58

부부

 

나는 언제나

마음의 반을 접어서

아내의 마음 갈피에

끼워놓고 산다.

 

더듬이처럼 사랑의 촉수를 뻗어

심층 깊은 곳에 숨겨진

한숨의 솜털마저 탐지해 내고

아내의 겨울을 지운다.

 

어깨동무하고 걸어오면서

아내가 발 틀리면

내가 발을 맞추고

내가 넘어지면 아내가 일으켜주고

 

천둥 한 번 울지 않은

우리들의 서른다섯 해

사랑하고 살기만도 부족한 삶에

미워할 새가 어디 있으랴.

 

2013. 2. 19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