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기다림
연초록 그늘에서
4월 아니 잊고 왔다고
꾀꼬리 호들갑스레 울었다.
꾀꼬리 울음에
온 산 무너지듯
날리는 송홧가루.
하루 종일
내 마음으로 올라오는
저 아래 산길
철 늦은
아지랑이
구름 그림자만 아른거렸다.
2012. 5. 18
글
민들레 연서
대 그림자
창에 어려
문을 열고
나서다.
밝은 달에
마음 들켜
그리움이 떨려서
민들레 꽃술에 담아
연서 하나 띄우다.
달빛 파도 타고
임의 창가에 떨어져
두견새
각혈로
새순 하나 틔우리라.
님이야
나인줄 몰라도
꽃으로 피려 하노라.
2012. 5. 13
글
핑크빛 천사
-충남대학교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를 예찬하며
엄 기 창
끝없이 타오르는 그대들의 기도가
밤새워 지키고 있는 모니터에는
깜박거리는 생명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출렁거리던 선들이
일직선으로 무너질 때에
그대들 가슴으로 모여들던
그 긴 겨울밤의 어둠,
하얀 국화꽃을 내려놓던
아픔의 역사도 함께 매달려 있다.
생명의 불꽃 하나를 가꾸기 위해
모두 잠든 새벽에 별처럼 깨어나서
가래를 닦는다.
그르렁거리는 목 너머에서
연약한 생명은 자꾸 꺼지려 하고
지탱하던 팔뚝에서는 힘이 빠지는데,
밤늦게 수술을 마치고 들어온
한 노인의 끝없는 욕설에도
그대들의 얼굴에 환하게 피어있는
연꽃 같은 미소여!
온 세상 가장 밝은 빛만을 모아 밝혀놓은
꺼지지 않는 생명의 등불이여!
난파難破한 목숨들이 널려있는
황량한 중환자실
외로운 망루를 지키고 있는, 그대들은
핑크빛 천사!
2012, 5, 6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