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시조 2012. 3. 1. 09:02

찔레꽃

 

 

삘기, 찔레 꺾어먹다

소쩍새 소리에 허기져서

삶은 보리쌀 소쿠리에서 반 수저씩 훔쳐 먹다, 에라 모르겠다 밥보자기

치워놓고 밥주걱을 가져다가 열댓 번 퍼먹으니 밥 소쿠리 다 비었네.

서녘 산 산 그림자 성큼성큼 내려올 때 일 나갔던 아버지 무서워 덤불 뒤에 숨어 보던

창백한 낮달 같은 내 얼굴, 하얀 찔레꽃…….

 

 

201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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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시조 2012. 2. 29. 16:26

까치밥

 

 

설익은 그리움이

하늘 끝에 매달려서

저녁놀 익은 빛을

한 올 두 올 빨아들여

외로운

감나무 가지

홍등으로 밝혔다.

울다가 목 쉰 까치

한 입씩 쪼아 먹고

영 너머로 마음 떠나

빈 껍질만 남아있는

까치밥

마른 살점에

겨울바람 휘돈다.

 

 

2012.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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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교리

시조 2012. 2. 23. 23:23

가교리 

 

남가섭암 목탁소리 아침을 열고 있다. 

철승산 솔바람에 향기처럼 번져 나가 

불심이 깃든 집마다 어둠을 씻어내고 있다. 

 

살구꽃 몇 송이로 근심을 지운 마을 

대문 여는 아낙마다 햇살같이 환한 얼굴 

눈빛에 보내는 웃음 된장처럼 구수한 정. 

 

마곡천 수태극이 마을을 안고 돌아 

흰 구름 한 조각에 무릉武陵보다 신비롭다. 

건너뜸 다복솔 숲에 구구새 울음 날린다 

 

2012. 2. 23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