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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누님 부음 오던 날
엄 기 창
조팝꽃 지고
여울 울어
봄 하루 시들던 날
회재고개
비탈길로
누님의 부음 넘어와
빈 고향 초록 들판에
가랑비를 뿌리다.
어머님도
아버님도
다 가시고 없는 집에
누님이
좋아하던
앵두 혼자 익어간다.
짙붉은 앵두 빛깔에
넘쳐나는 서러움.
2011. 5. 22
글
변신變身
바람에는 빛깔이 없다.
빛깔이 없어
더욱 화려한 바람
오월, 상수리나무
목청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에서는
물안개처럼 몽롱한 연둣빛 속살이
언뜻언뜻 보인다.
단풍의 옷자락을 펄럭이며
산기슭 올라가는 바람의 꽁지에서는
빛살의 창을 모두 거두고 서해로 투신하는
태양의 열정이 타오르고
겨울!
눈보라 몰고 가는 바람의 날개에서는
죽음보다 더 깊은 침묵의
하얀 정적,
빛깔이 없어
더욱 화려한 바람
바람에는 바람에는
빛깔이 없다.
2011. 5. 22
글
빈 마을
2
장다리골엔 봄이 왔어도
장다리꽃이 피지 않는다.
아이들 웃음소리 묻어나던
공회당 깃대 끝엔
찢어진 깃발처럼 구름 한 조각 걸려있고,
사립문 열릴 때마다 문을 나서는 건
허리 굽은
바람…….
장다리꽃 기다리다 지친
나비는
움찔움찔 떨면서 경운기 뒤를 따라간다.
뒷산 산 그림자 멈춰 서서
시간이 늦게 흐르는 마을,
201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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