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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사의 푸념
아침에 교문을 들어설 때에
“안녕하세요?”
인사 한 마디에 꽃등처럼 환해지는
하루의 예감
아이들 웃음을 마시며 사는
나의 예순은
아버지의 예순보다 이십 년은 아름답다.
어느 화단에 가면
우리 아이들보다
더 빛나는 꽃이 있으랴.
“이놈들!”
소리를 벼락같이 지르며 위엄을 부려 봐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웃음에
결국은 허물어지는 내 안의 성城
울타리 밖에 빙벽을 철판처럼 세우고도
가슴 속엔 불꽃을 심어 키우며
“선생님, 아파요.”
얼굴만 찡그려도 가슴이 덜컥하는
나는 천생 선생인가보다.
2011. 9. 2
글
소나기
당신이 왔다 가니 도심都心이 맑아졌네.
시루봉 산정山頂이 이웃처럼 가깝구나.
번개로 찢어버리고 다시 빚은 세상아!
글
봉숭아
비 온 후
우우우
꽃들의 진한 함성
팬지, 데이지, 사루비아
화단의 앞줄에 서고
봉숭아 뒷방 할머니처럼
풀 사이에 숨어 폈다.
모종삽에
담뿍 떠서
맨 앞줄에 세워본다
남의 땅에 혼자 선 듯
잔가지가 위태하다.
제 땅을 모두 잃고도
분노할 줄 모르는 꽃!
201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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