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푸념

시/제3시집-춤바위 2011. 9. 2. 14:50

교사의 푸념 

 

아침에 교문을 들어설 때에

“안녕하세요?”

인사 한 마디에 꽃등처럼 환해지는

하루의 예감

 

아이들 웃음을 마시며 사는

나의 예순은

아버지의 예순보다 이십 년은 아름답다.

 

어느 화단에 가면

우리 아이들보다

더 빛나는 꽃이 있으랴.

 

“이놈들!”

소리를 벼락같이 지르며 위엄을 부려 봐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웃음에

결국은 허물어지는 내 안의 성城

 

울타리 밖에 빙벽을 철판처럼 세우고도

가슴 속엔 불꽃을 심어 키우며

“선생님, 아파요.”

얼굴만 찡그려도 가슴이 덜컥하는

나는 천생 선생인가보다.

 

2011.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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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시조 2011. 7. 16. 08:09

소나기 

 

당신이 왔다 가니 도심都心이 맑아졌네.

 

시루봉 산정山頂이 이웃처럼 가깝구나.

 

번개로 찢어버리고 다시 빚은 세상아!

 

 

posted by 청라

봉숭아

시조 2011. 7. 1. 22:11

봉숭아

 

비 온 후

우우우

꽃들의 진한 함성

 

팬지, 데이지, 사루비아

화단의 앞줄에 서고

 

봉숭아 뒷방 할머니처럼

풀 사이에 숨어 폈다.

 

 

모종삽에

담뿍 떠서

맨 앞줄에 세워본다

 

남의 땅에 혼자 선 듯

잔가지가 위태하다.

 

제 땅을 모두 잃고도

분노할 줄 모르는 꽃!

 

2011. 7. 1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