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세차를 하며
타이어를 닦는다.
물줄기 돋워 배설을 하듯
폭포처럼 힘차게 뿌린다.
진흙이 씻겨 나가고
구석구석 배어든 지난겨울의 잔재殘在
염화칼슘의 독기마저 흔적없이 지워지고
마지막
내 의식에 잠재潛在된
고양이 비명소릴 씻는다.
떡칠하듯 세제를 발라
솔로 박박 문질러도
어느 저녁 어스름 무심코 깔아버린
고양이의 단말마斷末魔
피나도록 피나도록
타이어를 문지르며
서툰 呪文을 외어봐도
자동차 바큇살에 묻어 끝까지
따라올 것 같은 예감
야옹!
야---아옹…….
2012. 3. 9
글
경칩 일기驚蟄日記
차 마시다 창 틈으로
봄빛 새론 산山을 본다.
표구表具 하지 않아도
늘 거기 걸린 풍경
익숙한 녹차 맛처럼
눈 감아도
다가온다.
한사코 초록빛을
놓지 않는 산山이기에
시드는 난蘭을 위해
창窓을 열고 산山을 맞다.
성긴 잎 사이에 꽃대
혼불 하나
켜든다.
2012. 3. 6
글
麻谷寺에서
저녁 범종梵鐘소리가
사바세계로 건너갑니다.
종신鐘身을 들어 올린 용뉴龍紐의
용음龍音으로 일어서서
오층석탑 가슴 언저리를
한 바퀴 돌고
잠든 풍경風磬소릴 깨워 어깨동무를 합니다.
대광보전으로 날아들어
부처님 입가에 떠도는
미소를 조금 퍼 담아
칠채 빛 소리로 극락교를 건넙니다.
천왕문을 지나
해탈문을 나설 때
저녁 예불 범창梵唱소리 따라 나섭니다.
모든 소리들이 숨을 죽입니다.
이제 저 부처님의 손길이
태화산 솔바람에 기척을 숨기고
지친 사람들의 처마 밑으로 스며들겠지요.
마음속에 칼을 품은 사람은
칼을 내려놓고,
삼화三火에 떠는 사람들도
번뇌를 내려놓을 것입니다.
욕계欲界의 황혼이 정결한 어둠에 가라앉고
다시 어둠을 쓸어내듯
맑게 씻긴 하늘에 연등처럼 초승달이 떠오릅니다.
청명淸明의 숨결이 연둣빛 생명으로 어리는
벚나무 곁에
나는 조그만 돌부처로 서 있습니다.
범종소리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 동안은
반쯤 깨어져도 천 년을 지워지지 않는
돌부처의 미소를 연꽃처럼 피운 그대로…….
2012. 3. 3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