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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滿虛齋에서
옷깃에 묻어 온 속세의
근심 몇 올이
아침 햇살에 안개처럼 풀리고
힘들여 벗지 않아도
때처럼 벗겨진 慾心 말갛게 씻겨
풀꽃으로 피어나는 滿虛齋에서 보면
저기 보이지 않는
虛空에
무슨 울타리라도 있는 것일까!
마을에서 산 따라 조금 들어왔을 뿐인데
모든 소리들이 걸러지고 닦여져서
딴 세상 같은 고요…….
秀澗橋를 건너다
문득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무성산은
산의 커다란 마음을 조금씩 녹여
滿虛瀑으로 흘려보내서
천둥 같은 소리로 노래할 때나
가는 한숨으로
잦아들 때나
인생의
차고 비움도 滿虛齋에 서면
폭포 소리에 녹아
물안개로 떠돌아라.
2012. 12. 29
滿虛齋(만허재)-충남 공주시 사곡면 회학리에 있는 엄기환 화백 화실
글
우수憂愁
그대에게 다가가는 길은 끊어지고
오늘따라 어둠은 장막처럼 가로막아
창문에
비친 불빛만
바라보며 서 있다.
글
따뜻한 가을
아파트 안 도로를 차로 달리다가
다리 다친 비둘기 가족을 만나면
숨을 죽이고 가만히 선다.
경적을 울리면
아기 비둘기 놀랄까봐…….
산을 오르다가
허리 구부러져 누운 들국화를 보면
발을 멈추고 튼튼한 이웃에 기대어 준다.
가벼운 바람에도
몇 번이나 뒤돌아본다.
잠시만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내 따스한 마음 머물 자리가 얼마나 많은가.
조그마한 나의 온기가
다리가 되고, 날개가 되고
숨결이 되어줄 사람 얼마나 많은가.
단풍잎 붉은 기운이
핏줄을 타고 들어온다.
바람은 차도 가을은 따뜻하다.
201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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