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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마을
심심한 까치가
호들갑스레 울다 간 후
느티나무 혼자 지키고 선
빈 마을의 적막,
바람의 빗자루가
퀭한 골목을 쓸고 있다.
사립문 굳게 닫힌 골목의
마지막 집에
하염없이 머물다 가는
낮달의
창백한 시선
보아주는 사람도 없는
살구꽃 꽃등은 타오르는데…….
201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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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그릇
-도천 선생 그릇 무덤에서
바늘 자국만한 흠 하나로도
나는 온전한 그릇으로 설 수 없었다.
삼천 도의 불가마에서
온 몸이 익어가는 통증 속에서도
다향으로 목 축일
작은 꿈 하나 있어 정신을 놓지 않았다.
가마를 나와 탯줄도 자르기 전에
눈 뜨고 응아 한 번 울지 못한 채
산산이 부서져 무덤에 버려졌다.
찻물 한 모금 담아보지 못하고
그릇도 아니고 흙도 아닌
제 살 조각도 맞출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사람들은 지나가며
안쓰런 눈으로 바라본다.
지나가는 사람들 뒷모습에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흠들
저 많은 흠을 두르고
어찌 사람이라고 살아가나?
아, 하느님은
도공보다 너그럽다.
2011.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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