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盲人의 그림 보기

시/제3시집-춤바위 2012. 4. 10. 14:57

맹인盲人의 그림 보기

 

 

햇살 가득한 날도

가슴에 늘

장맛비를 안고 사는 사람

 

개나리꽃

피거나 말거나

맹인盲人 지팡이 짚고 미술 전시회 가네.

 

산수도山水圖 앞에 삐딱하게 서서

고개를 끄덕이면

순간, 실내는 뒤집어지네.

 

하나를 보면

하나밖에 모르는 놈들

맹인은 산수도에서 우주를 보네.

 

앞을 못 보아서

더 큰 세상을 보네.

 

2012. 4. 10

posted by 청라

우리가 곁에 있습니다

시/제3시집-춤바위 2012. 3. 24. 07:54

우리가 곁에 있습니다

                -
신규 교사들을 환영하며- 

 

새 아침의 햇살입니다.

조금은 어두운 솔뫼의 동산이

당신들의 날개 짓에 환해지네요.

 

따뜻하게 뎁혀진 순수한 가슴으로

아이들의 심장에

넘치는 사랑을 전해주세요.

 

머리보다 먼저 그렇게 가슴으로 다가가서

아이들의 겨울을 쓸어내고

몇 올 봄의 씨앗을 심으십시오.

 

당신들의 시작은

새벽처럼 새로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내딛는 발걸음에서 불안감을 지우십시오.

 

때로는 가시덤불 고갯길을 만날 때

넘치는 자신감으로

넘어가세요.

 

그래도

막막한 어둠으로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

조용히 손을 내밀으세요.

 

당신들이 외로울 때

우리가 곁에 있습니다.

풋풋한 당신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2012. 3. 24

 

 

posted by 청라

세차를 하며

시/제3시집-춤바위 2012. 3. 9. 10:15

세차를 하며

 

타이어를 닦는다.

물줄기 돋워 배설을 하듯

폭포처럼 힘차게 뿌린다.

 

진흙이 씻겨 나가고

구석구석 배어든 지난겨울의 잔재殘在

염화칼슘의 독기마저 흔적없이 지워지고

 

마지막

내 의식에 잠재潛在된

고양이 비명소릴 씻는다.

 

떡칠하듯 세제를 발라

솔로 박박 문질러도

어느 저녁 어스름 무심코 깔아버린

고양이의 단말마斷末魔

 

피나도록 피나도록

타이어를 문지르며

서툰 呪文을 외어봐도

 

자동차 바큇살에 묻어 끝까지

따라올 것 같은 예감

야옹!

야---아옹…….

 

2012. 3. 9


posted by 청라